요즘 좌와 벌 책을 틈틈히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죄와 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첫 장편소설로서 44세 나이에 그의 생애를 통해서 가장 비참한 어려움에 처해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는 애인 스슬로바에게 버림을 받고 도박으로 몽땅 돈을 날리고 나서 이 작품에 열중하게 됩니다.
독일 비스바덴에서 러시아로 돌아온 후 집필을 계속해서 "러시아 통보"에 연재 되고 그 다음해인 1866년 12월에 죄와 벌을 출간했습니다.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는 단편적인 초고를 보면 그는 적어도 네번 이상은 죄와 벌을 다른 기법으로 시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3인칭으로 된 소설인 것입니다.
[책 줄거리를 요약 해 보면..]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즐겨 다루어 온 인물 중의 하나이다. 젊고 명석하나 빈털터리인 그는 깊은 사려 끝에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 벌래 같은 무익한 인간을 죽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에 나가 공헌함으로써 몇백 배의 보상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일에 착수한다.
그는 그것을 해치우기 전에 다소 망설이나 끝내 고리대금업자인 알로나 이바노브나를 살해한다. 또한 예기치 않게 나타난 순하기 그지없는 노파의 여동생 리자베따까지 죽이고 만다. 이 살해 장면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장면 실사의 천부적인 자질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라스블리니꼬프는 우연의 도움으로 2중살인을 완전범죄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럼에도 그는 일순간이라도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하고 악몽과 불안에 휩싸여 전전긍긍한다. 또하나 그를 절망케 한 것은 모든 사회 특히 사랑하는 어머니와 누이와의 인간적 교류의 단절이었다.
인간의 피로 물든 더러운 손으로 누구를 포옹할 수 있겠는가 그는 나폴레옹이 되고자 하는 망상을 실현했다고 느낀 바로 다음 순간 자신은 나폴레옹은 고사하고 고리대금 노파와 마찬가지인 벌레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부딪쳐 좌절한다.
그는 번민과 고뇌 속에서 헤매다가 가족들을 멱여 살리기 위해 부부가 된 가련한 소녀 소냐를 알게 된다.
그는 소냐가 투신 자살을 하든지 미쳐 버리든지 양단간에 한 길밖에 없는 치욕적인 생활에서도 늘 순결한 마음을 잃지 않은 채 그리스도를 믿으며 신앙 생활을 하는 모습에 처음에 저항을 느끼나 곧 감동을 받게 된다.
그는 마침내 소냐의 발 밑에 엎드려 그녀의 발에 입을 맞추며 절규한다. 나는 당신 앞에 엎드리는 것이 아니라 전인류의 고통앞에 엎드리는 것이요 그는 거룩한 부부의 영향에 감화를 받아 자수를 결심하게 되고 경찰서로 가는 도중 센냐야 광장 한복판에 엎드려 자신의 더럽힌 대지에 키스한다. 경찰에 자수한 그는 그러나 자기가 죄인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권력자 영웅 초인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자기 이론의 명제에는 어떠한 과오도 없으며 다만 자신이 나롤레옹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점이 잘못이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베리아에서 그는 소냐에게 갱생을 맹서하기는 한다. 여기에서 작자가 라스꼴리니꼬프라는 한 인간을 완전한 강자 내지는 초인으로 마지막까지 밀고 나가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것을 애석하게 받아 들이는 평자들로 적지않다. 그러나 마침내 그리스도교에 귀의하는 한 평범한 인간으로 그를 묘사한 것은 얼마나 인간적인가. 여기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또다른 인간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생활이 아무리 병적이고 퇴페적이었다 해도 그가 창조해 낸 인물들이 정반대로 순진무구하거나 아니면 선량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성격의 한 단면의 노출인 것이다. 죄와 벌은 실제로 모델이 있는 사건이라고도 한다. 작품이 연재되기 시작할 무렵 모스크바에서는 한 대학생이 라스꼴리니꼬프와 같은 동기에서 고리대금업자를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아 간 사건이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사건을 꽤 심각하게 받아들여 어려 번 얘기를 하곤 했었다. 그는 죄와 벌을 통해 그 당시의 러시아의 사회 상황과 청년 지식층의 사상이나 고민을 정확하게 파악해 그려 내려고 했던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는 훌륭하게 성공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죄와 벌에서 작자의 심리 실사는 완벽한 만큼 시원하고 명확하다 간질병과 그밖의 여러 곤궁에 허덕이면서 그는 성인의 심리와 악마의 심리를 동시에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죄와 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구성상의 모든 주요한 요소들이 들어 있다. 우선 심리적 과념 소설의 특성인 탐정소설적 구성과 연속되는 여러 장면의 극적인 변화나 박진감을 들 수 있다. 죄와 벌 역시 하나하나의 극적인 장면 연결이 한 순간마다 독자에게 노라움과 서스펜스를 주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 자신의 제2의 자아라고 할수 있는 또 하나의 인물을 창조해 내고 있는데 바로 스비드리가일로프가 그다.
라스꼴리니꼬프는 긴장된 망상과 사색의 결과 선악을 초월하고 있으나 스비드리가일로프는 태어날때부터 어떠한 반성이나 추구도 없이 선악을 넘어서서 가지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어찌보면 꽤 인간적인 면이 없지도 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가서 어떠한 자의식도 없이 죽음을 맞는다. 그것도 스스로 자기 머리에 총알을 쏘아 죽게 된다. 이 인물이야말로 도스토예프스키가 창조한 것 중 가장 특이한 인간성의 하나이다.
[끝으로..]
도스토예프스키 처럼 작가로서의 인간과 실증 인간으로서의 거리가 심한 사람도 다시 없을 것이다. 창작이라는 특수한 예술 분야에서 종사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정상인의 속성을 희생시킴으로써 가능한지 모른다. 어쨌든 그는 위대한 천재작가의 한 사람이며 그로 하여금 세계 최고의 소설가가 되게끔 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