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나온 과학 관련 작은 책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데, 웬걸 꽤 묵직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와 같은 경우다.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경우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패자의 생명사』, 『생명 곁에 앉아 있는 죽음』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었고, 그밖에도 많은 (식물에 관한) 책들이 번역되어 있다. 그만큼 읽힌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 책의 우리말 제목으로는 ‘재미’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재미도 있지만, 더 짙게 다가오는 느낌은 생명의 다양성,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존중 같은 더 진중한 것이다. 그렇다고 무겁게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생물들의 이야기를 가볍게 끌고 가는 듯하면서도 거기에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교훈을 주려고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그냥 생물이 그렇게 생겼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툭 던져 놓는다.
황제펭귄이 다 자란 새끼가 어른보다 몸짓이 큰 것을 보고, 어린 말미잘은 헤엄쳐 다니지만 성체 말미잘은 바위에 붙어 살아가는 것을 보고, 식물의 성장을 높이가 아니라 자란 길이로 봐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며, 잡초가 밝혀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 흔한 현상이라는 것을 밝히며, 잡초가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이유를 생각하며, 생물에서 ‘성장’의 의미를 되새긴다.
포유동물, 인간만이 가진 특징도 생각하고 있다. 곤충이 아닌 척추동물은, 나아가 포유류, 인간은 본능이 아니라 지능, 학습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인간은 더 작게 태어난다. 그러므로 초기에 보호가 필요하고, 학습할 시간이 필요하다. 자이언트판다나 캥거루 등이 더 작게 태어나지만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과 비교해서 인간은 매우 늦게 성장한다. 그것은 그만큼 배울 것이 많다는 얘기이며, 배움은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부모와 동기들과,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서 서서히 배워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물의 세계에서 빠른 성장만이 상찬받아야 할 것이 아니란 것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쇠무릎은 어린 애벌레의 빠른 성장을 돕는데, 애벌레가 빨리 어른이 되어버리도록 하는 것이 그 식물에는 덜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도꼬마리가 빨리 싹을 틔우는 ‘급한 성격의 씨앗’과 좀처럼 싹을 틔우지 않는 ‘느긋한 성격의 씨앗’을 함께 갖는 이유는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대응이란 점에서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준다.
자연의 세계, 생명의 세계를 자세히 바라보면 신기한 것투성이다. 그리고 그 신기함은 그렇게 하려 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준다. 알려고 한다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에 생물이 아닌 사람이 있는가? 우리는 우리 자체로 이미 생물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생물로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식물들을 중에서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만큼의 유전자 개수를 가지고 있는 것들도 많다. 언젠가 나의 지인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생물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분야가 다른 우리는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에도 가끔 부딪힌다. 그러니 일적인 이야기를 할 때에는 얼마나 많이 부딪히겠는가. 그녀는 나에게 1 더하기 1은 반드시 2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생물분야는 1과 1을 더한다고 해서 꼭 2가 되지는 않는다. 가장 쉽게 생각해서 엄마와 아빠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두 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낳지는 않지 않은가. 물론 쌍둥이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아주 가끔 세 쌍둥이, 네 쌍둥이가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나의 지인은 생물은 이상해 하며 고개를 젓는다.
나는 그녀의 "생물은 이상해." 라는 말을 "생물은 신기해."로 듣는다. 신기하면서도 신비로운 세상이 생물이라는 세상이다. 생각한대로만 결과가 나오지 않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그런 분야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생물들이나 생명현상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나 역시 생물이기에 내 이야기를 읽는 것도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생물 이야기는 작년에 일본 저자가 쓴 책을 한국어 번역본으로도 읽은 것이었다. (그 책의 서평은 여기 : https://blog.naver.com/kijeongkim0202/223181793479) 나는 그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읽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일본인 작가가 집필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 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시즈오카대학교 농학부 생물자원과학과 교수인 그가 보는 생물학은 어떤 세계일까. 지난번 책이 바다 생물과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었다면 이 책은 왠지 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려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하나도 둘도 아닌 서른 두 가지 생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고 있었던 (사실은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다 큰 성체의 크기보다 아기의 몸집이 큰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그러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 영양 상태가 좋아서이든 유전적인 영향이든 성인인 우리보다 더 커다랗게 잘 자란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예전보다 그런 아이들을 유독 많이 보게 되는 느낌이다. 이름도 재미있는 패러독스 개구리의 올챙이는 25 센티미터나 되는 긴 몸집을 자랑하는데 어른 개구리가 되면 오히려 몸집이 아주 작아진다고 한다. 6 센티미터 정도로 줄어드는 이 개구리는 자신보다 훨씬 큰 올챙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패러독스 개구리가 그 올챙이보다 몸집이 작은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뭔가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면서 물 속에서 헤엄칠 때 꼭 필요했던 꼬리가 사라지게 되는데 나는 이 대목을 보면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긴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성인이 된다고 해서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도 있을 수 있겠다 싶다. 순수함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뭔가 엉뚱함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장수풍뎅이는 먹는 먹이의 양이 몸집을 결정한다고 한다. 늘 적정량을 먹여서였는지 아니면 딱히 비교 대상이 없었기에 몸집에 대한 생각을 별로 해보지 못했던 우리 집에서 자라던 장수풍뎅이는 그리 오래 살지는 못했다. 그 녀석이 죽고 난 후 우리는 집 앞 어느 나무 아래에 묻어주었다. 지금 이 책을 보면서 그때 좀더 많은 먹이를 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조금 후회가 된다.
얼마 전 나의 아주 좋은 친구가 이런 질문을 했다. "사람, 동물, 식물 중에 뭐가 제일 좋아?"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음, 사람도 동물에 속하니까 그 중 나는 동물이 가장 좋아." 그랬더니 나의 좋은 친구는 "아니, 사람은 그냥 사람이고. 나는 그 셋 중 동물이 가장 좋아."
그녀가 동물이 가장 좋다고 한 이유는 물어보지 못했다. 내가 넘겨 짚어 생각해 보자면 아마 동물은 말은 하지 못하지만 사람만큼 영악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에게 아낌없는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식물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식물 역시 사랑을 주고 관심을 주면 그에 상응하는, 아니 어쩌면 훨씬 더 큰 사랑과 관심을 우리에게 주니까 말이다.
생물은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그렇게 재미있는 세계이다.
※ 우주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작가님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라는 제목의 과학도서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에 관한 새로운 관점과 재미있는 통찰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생존과 성장을 둘러싼 흥미진진하고도 기상천외한 32가지 생물학에 관한 흥미진진하고도 유익한 이야기로 아이가 즐겁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는 일본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농학박사이자 식물학자인 이나가키 히데히로 박사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의 저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황제펭귄은 왜 다 자란 새끼가 어른보다 몸집이 클까?
-쇠무릎이 천적 애벌레의 성장을 돕는 영리하고도 섬뜩한 속내는?
-시력이 뛰어나고 본능이 발달한 잠자리는 왜 푸른색 천막 위에 알을 낳을까?
-먹잇감으로 잡아다 준 초식 동물과 노는 새끼 치타를 어미는 어떻게 교육해서 어엿한 육식 동물로 키울까?
-하마는 왜 입 크기로 승부를 가리는 독특한 규칙을 고안하고 발달시켰나?
-새끼를 살뜰히 돌보던 여우가 갑자기 돌변해서 무섭게 구는 이유는?
당장이라도 책장을 펼쳐 그 이유가 알고 싶은 궁금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동물이나 식물들의 신기한 이야기를 단순하게 전달하기만 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32가지의 "생물학 이야기"책으로, 지구상에 사는 생물들의 등장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순서대로 풀어가며 더 깊고 차원 높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포유류처럼 새끼를 돌보고 지능을 가졌지만 한편 본능에 의지하는 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모 새는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 주느라 육아 시기에 가르칠 여유가 없으므로 새끼 새들은 본능에 의해 일정기간 이후 스스로 먹이를 잡고 둥지를 떠나 날아갑니다. 반면 포유류는 어미가 모유를 먹여 새끼를 기르는데 이것은 진화 과정에서 생긴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먹이 찾기에 쓸 시간을 줄여 새끼들이 안전하게 놀이와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포유류의 지능과 AI의 발달, 비교 분석 이야기까지 나아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을 읽기 전에는 32가지 생물에 대한 독특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의 모음인 줄 알았어요. 그러나 이 책은 다양한 생물들의 진화 과정과 생존하기 위한 육아 방법의 변화를 살펴보며 인류의 성장에 필요한 지혜와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책이에요. 흥미롭고 재미있는 생물 지식도 얻을 수 있고, 아이를 키울 때 필요한 지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인간은 미래 세대를 희생해서 현재를 살아가려는 유일한 생물종이라는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 구조와 미래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 글을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