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가 빛날 때
모든 빛나는 것들을 칭송하는 편이기도 하고, 물속에서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상어가 빛나는 것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좀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저자 율리아 슈네처의 발랄하고 위트 있는 문장력 덕분에 염려는 곧 염탐으로 바뀌었다. 이 경이로운 세계를 알고 있는 것에 그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얻은 지식과 감동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로 생각이 내달렸다. 저자인 세계적인 해양생물학자 율리아 슈네처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 막스 플랑크 연구소 등 유수의 기관을 거쳐 거친 바다를 연구실 삼아 연구 활동을 이어온 몇 안 되는 신진 해양생물 전문가라고 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20년 전 바다와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모든 삶을 바쳐온 해양생물 연구기가 담겨 있다. 상어뿐만 아니라 해파리, 돌고래 등 다양한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다. 그 생물들은 광대하고 혹독한 바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상어는 형광색 빛을 발산하고 해파리는 끝없이 퇴화하며 무한 증식한다. 돌고래는 자신들만의 언어로 10킬로미터를 넘나들며 소통한다고 한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지만, 슈네처는 전체 바다 가운데 인간이 탐험한 부분이 약 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얼마나 많이 아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결국 바다를 탐구하는 일은 끊임없이 인간의 무지를, 바다의 무한함을 깨닫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빛나는 상어를 만나기 위해 책을 펼쳤지만, 돌고래와 해파리도 매우 흥미로웠다. 생후 첫 달에 스스로의 이름을 짓는 돌고래!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체, 끝없이 퇴화하며 무한 증식하는 해파리! 벤자민 버튼의 시간만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해파리의 시간도 거꾸로 가고 있었다. 또 놀라웠던 것은 상어가 샤케이노(sharkano)라 불리는 곳에 출몰한다는 것인데, 심해 화산은 섭씨 400도 이상의 물과 마그마를 내뿜으며 폭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어들은 이 화산 주변을 유유히 헤엄쳐 다닌다고 한다. 한 심해 화산의 분화구 내부에는 물고기 시체로 뒤덮인 지역이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 일부 해양생물들은 극한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 책은 경이로운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해양생물에게 보내는 저자의 애끓는 연서였다. 찬란한 수면 아래의 세계에 있는 광대한 지식을 모두 기억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무지했던 지식에 대한 탐구는 역시 매혹적이고 뿌듯한 일이었다. <이 책은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고, 개인적인 리뷰를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