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패트릭 브링리는 대학 졸업 후 "뉴요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커리어를 쌓아가던 젊은 청년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암으로 투병하던 친형이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맞게 된다. 이를 계기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지독한 무력감에 빠진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2008년 가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두번째 인생을 시작한 저자는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여덟시간씩 조용히 서서 수천 년의 시간이 담긴 고대 유물과 건축물들, 그리고 거장들이 남긴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과 마주하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동시에 미술관을 찾는 각양각색의 관람객들을 관찰하고 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며 차츰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 나간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움직이고 싶지가 않았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는 침묵 속에서 빙빙돌고, 서성거리고, 다시 돌아가고, 교감하고, 눈을들어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슬픔과 달콤함만을 느끼는 것이 허락되었다". 사랑하는 형을 잃은 슬픔을 아름다운 예술작품앞에서 그저 감탄함으로써 그 슬픔을 견뎌가는 저자의 치유의 시간들을 이 책은 다양한 작품들과 그리고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록하고 있다.
누군가를 잃고 나면 삶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한동안 그 구멍 안에 몸을 움츠리고 들어가 있게 된다. 저자 패트릭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일하면서 메트라는 웅장한 대성당과 그의 상실로 인한 구멍을 하나로 융합시켜 일상의 리듬과는 먼 곳에 머물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영원히 숨을 죽이고 외롭게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된다. 박물관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운율을 깨닫게 되고, 인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점들을 즐기고 나의 특이한 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해외 여행을 할때 빠지지 않는 코스로 우리는 그 나라의 유명한 대형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방문하곤 한다. 그곳의 수많은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한번도 그 박물관의 경비원은 염두에 두고 볼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그 곳엔 예술을 사랑하고 그 작품들 속에 함께 살아가는 많은 패트릭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말이다. 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의 감상에 있어서도 감탄보다는 숙제처럼 숨가쁘게 지나가지 않았던가 하는 후회가 되었다. 만약 언젠가 박물관을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름다운 예술작품에 대한 충분한 '경배'와 함께 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공간의 나와 같은 또 다른 관람객들도 한번쯤 눈여겨보면서, 그리고 패트릭과 같은 경비원들도 자꾸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걸작들만큼이나 감동적인 통찰로 가득차있으며 관객으로서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들 이면의 이야기와 이 이야기를 지키는 사람의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더없이 아름다운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박물관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 것 또한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예술과의 만남에서든 첫 단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한다. 그저 지켜봐야 한다. 자신의 눈에게 작품의 모든 것을 흡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예술이 우리에게 힘을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예술과 삶을 바라보는 마음가짐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고
미술관에 가면 '예술품'이 있다. 미술관에 가면 예술품도 있고, '관람객'도 있다. 미술관에 가면 예술품도 있고, 관람객도 있고, 바깥과 전혀 다른 시공간에 들어선 것처럼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공기'로 가득하다. 미술관 안에서 예술품과 관람객 그리고 분위기는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미술관의 풍경을 이룬다. 또 미술관에 가면, 에헴, 어디선가 (이제 말놀이는 그만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나'도 여기에 있음을 알리고 싶은 것인지 모를) 헛기침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주위를 둘러본다. 수많은 걸작들과 그것들에 대하여 각양각색의 반응을 나타내는 방문객들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이제서야 내 두 눈에 들어온다. 그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하 '메트')의 경비원이자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쓴 패트릭 브링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