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북인도를 여행하면서 1시간 정도 요가 수업을 들었습니다. 현지인 선생님이 오셔서 아주 기본적인 동작을 시연하면 따라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이용해서 자세를 유지하는 순간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는 고단했던지 다음날 몸살이 나는 바람에 구경에 나서기를 중단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요가를 하면서 힘들었던 탓인지 <요가>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작가 에마뉘엘 카레르는 <나 아닌 다른 삶>으로 이마 만나본 적이 있었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삶>은 줄리에트라는 이름을 가진 두 여성의 죽음을 겪은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적은 기록문학입니다.
<요가>는 자신의 이야기인 듯합니다. 우울증이 여러 차례 거듭된 바 있던 그는 ‘요가에 대한 기분 좋으면서도 세련된 책’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방에 있는 명상원에서 비파사나를 하게 됩니다. 비파사나는 불교나 요가에서 수행하는 직관 명상법이라고 합니다. 부처가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자는 태극권을 비롯하여 요가 훈련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초반에는 명상을 통하여 마음을 다스리면서 산책도 하는 등 일정이 진행되는데, 요가 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몸으로 행하는 수련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열흘 일정의 명상수련이 이어지면서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작가는 수련을 이어갈 수 없게 됩니다. 이른바 샤를리 에브도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슬람 원리주의의 과격분자 두 명이 풍자 신문 샤를리 에브도 본사 건물에 난입하여 자동화기를 난사하는 바람에 1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한 사건입니다.
그 사건에서 친구들이 사망하게 되면서 작가는 양극성 장애가 심해지고 결국 생탄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4개월 간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가장 심각한 증상은 심각한 기억력 장애였습니다. 심각한 기억력장애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이게 얼마나 심한지 매일 하루를 시작하는 게 마치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하는 것 같단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접근 가능하며 유용한 기억들을 최대한 긁어모아야 한다. 오늘 해야 할 일들과 전날 한 일에 대한 것뿐 만아니라 자신의 개인사. 심지어는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기억들까지 말이다.(275쪽)”
어떻든 4개월 후에 퇴원을 하게 되는데, ‘양호한 일시적 효과, 그러나 신속한 재발’이라는 소견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발병 전에 기획했던 이라크의 바그다드로의 취재여정을 포기하게 됩니다. 대신 에게해에 있는 레로스섬에 있는 난민수용소에서 소년들을 지도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프레더리카 모하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그의 정신건강에 유용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요가에 대한 기분 좋으면서도 세련된 책’, 즉 <요가>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정리한 책의 내용을 보면 저자는 나름대로 명상의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무려 열세 개를 적었다고 하는데 저는 몇 개밖에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번호가 붙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고 있습니다. 제가 찾은 첫 번째는 명상은 ‘우리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 동안에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세 번째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자신의 실제의 모습을, 즉 우리가 <정체성>이라고 부르는 그 마그마를 검토한 것’ 등입니다. 일곱 번째는 ‘집중하기’, 그 외의 정의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니면 스쳐지나갔겠지요. 마지막 열세번 째는 아주 속되고 단순한데, ‘오줌 눌 때 오줌 누고, 똥 쌀 때 똥 싸는 것’이라고 합니다.
449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는 요가 말고도 작가가 살아온 날, 작가가 읽거나 본 이야기들을 아주 잘 비벼놓았습니다. 작가가 추천한 책들을 한 번 찾아 읽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