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저 / 정혜용 역의 [대여] 밖의 삶 리뷰입니다.작가 아니 에르노의 『밖의 삶』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외부 세계를 관찰하며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기록으로, 독립적인 작품이면서도 7년 앞서 발표한 『바깥 일기』와 뿌리가 같다. 여러 해에 걸쳐 쓰인 일기라는 형식과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상에 가닿으려는 시도〉(서문)라는 목
아니 에르노 저 / 정혜용 역의 [대여] 밖의 삶 리뷰입니다. 작가 아니 에르노의 『밖의 삶』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외부 세계를 관찰하며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기록으로, 독립적인 작품이면서도 7년 앞서 발표한 『바깥 일기』와 뿌리가 같다. 여러 해에 걸쳐 쓰인 일기라는 형식과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상에 가닿으려는 시도〉(서문)라는 목적의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개인의 체험을 통해 집단의 체험을 이야기하는 에르노의 사회적-자전적 작품들과 구분되며, 『바깥 일기』와 『밖의 삶』은 주변과 타인을 들여다보고 증언하는 「외면 일기」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이룬다. 에르노는 곳곳에서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권력 관계와 사회 문화적 불평등, 착취와 욕망을 연료 삼아 작동하는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읽어 내고, 그 내용을 단순함, 간결함, 평이한 단어 사용을 특징으로 하는 독보적 문체인 「밋밋한 글쓰기」를 통해 전달한다. 그럼으로써 지배 계급의 정돈되고 상식적인 질서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고, 일견 안정되어 보이는 일상에 파묻힌 변화의 가능성을 발굴하자고 목소리를 낸다.
<바깥 일기>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밖의 삶>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아니 에르노가 ''외부 세계를 관찰하며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기록''이다.사진을 찍듯 곳곳의 일상들을 포착해서 당시 시대 분위기와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밖의 세계를 자세히 깊이 관찰하는 것이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나만 보고 나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바깥 일기>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밖의 삶>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아니 에르노가 ''외부 세계를 관찰하며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기록''이다. 사진을 찍듯 곳곳의 일상들을 포착해서 당시 시대 분위기와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밖의 세계를 자세히 깊이 관찰하는 것이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나만 보고 나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바쁘게 사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삶은 얼마나 좁고 답답한 삶인가. ''우리의 진정한 자아는 오롯이 우리 안에 있지 않다''_루소
일기 쓰듯 특별한 형식 없이 무심한듯 보이는 대로 쓰여진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정곡을 콕 찔리며 감탄을 하게 한다.
. . ''세르지행 열차. 생라자르에서 탄 모녀가 마주 보고 자리에 앉는다. 딸이 『텔레라마』14를 읽으며 조잘거린다. 〈어머, 「암소와 죄수」15 한다. 보러 가자!〉 등등. 어머니는 감자칩 봉지를 꺼내며, 〈양파 맛이네!〉. 어머니와 딸의 대화, 〈가다가 슈퍼마켓 들르자〉, 〈싫어, 텔레비전 볼래〉, 〈그래 그럼, 하고 싶은 대로 해〉. 모녀는 자신들의 사회적 존재의 탁월함을 눈에 띄게 확신하며, 사람들이 자신들의 말을 듣고 있고 자신들을 보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들은 모든 승객이 자신들의 생각과 행위를 어쩔 수 없이 공유하게 해도 된다고 여긴다. 부러움을 불러일으키리라고 생각하는 모녀 관계와 사생활의 장면을 들이밀기를 열망함.'' _____<밖의 삶> 중
. . ''기자가 여론 조사 결과를 전달한다. 질문을 받은 프랑스인 중 42퍼센트가 〈아랍인이 너무 많다〉라고 응답한다. 〈인종 차별적 발언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며. 〈아랍인이 너무 많다〉라는 문장이 실제로 뇌리에 남는 유일한 문장이다. 아랍인 대신 〈유대인〉을 넣어 본다면, 1999년과 1939년 사이에 차이가 크지 않음을 알아차리리라. 이 여론 조사와 그 결과를 소개하는 방식은 인종주의를 교묘하게 정당화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의견에 불과한 것이 진실이 된다.'' _________<바깥 일기> 중
. . 아니 에르노는 3년이 지나 뒤늦게 쓴 서문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상에 가닿고 싶었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이 떠올랐다. 이 책도 스냅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러고보니 두 분 다 노벨상을 받으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