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의해 자행된 폭력을 다룬 소설집이다. 대표적 국가 폭력으로 저자는 5.18 민주화운동, 제주 4.3 등을 손꼽고 있다. 이와 더불어 SF 요소가 가미된 소설이긴 하지만 노동에 대한 탄압과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는 내용도 담겨 있고 전교조 초창기 출범 당시의 교육 운동에 열의를 가졌던 교사들에 대한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소재로 한 내용도 소설화했다.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 속에 최대한 피해를 받는 사람이 적어야 했지만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갈등에 의해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야 했던 제주 4.3 과 국가 지도자에 의해 묵인되었던 5.18 민주화운동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살상과 살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었다는 점은 두고두고 오랫동안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다. 역사가들은 역사란 새롭게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라 반복되어 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 이상 국가에 의한 폭력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저자는 제주를 배경으로 꿈과 낭만의 이야기 대신에 제주의 사람들이 뭍에서 내려온 사람들에 의해 의문의 죽음을 당해야 했던 아픈 이야기를 제주의 역사와 함께 독자들의 마음 한 구석을 뭉클하게 만든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으로 누군가는 죽여야했던 냉전 시대, 사람의 목숨이 동물보다 가볍게 취급 당했던 당시의 모습을 저자는 가슴 아프지만 생생하게 글로 표현한다.
5.18 민주화 운동은 문민 정부부터 국가 지도자가 참여하는 법정기념일로 지키고 있다. 소설에서도 저자가 작품의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하듯이 한 쪽편에서는 광주 사태로 표기하며 단순한 민란이자 국가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의 소행으로 취급하던 시대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글로, 영화로 다양한 방법으로 진실이 밝혀지면서 공식적인 명칭이 바뀌게 되었고 오늘까지 미래 세대에게도 민주주의란 결코 그냥 선물로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책을 출간하면서 작정하듯이 발행일을 5월 18일로 정한 듯 싶다.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바늘 끝에 사람이'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오늘날의 부품화된 우리의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SF적 요소를 가미하긴 했지만 인간을 공장의 한 기계처럼 여기며 인체의 대부분을 기계로 전환시켜가는 미래의 모습이 가학적일만큼 소름이 끼쳤다. 심지어 교체된 기계 장기조차도 소유권이 회사에게 있으므로 퇴사를 할 경우에는 엄청난 대금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 속에는 장차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우리의 노동 현장을 어떻게 변화시켜갈지 예상케 한다.
사람보다 이념을 중요하게 여겼을 때 국가는 총칼을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대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미래에는 사람보다는 자본을 중요하게 여겨 돈의 노예로 전락당하고 기계의 한 부품으로 전락당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바늘 끝에 사람이
'바늘 끝에 사람이'라는 제목만 갖고는 도저히 책 내용을 유추해 볼 수 없었다.
바늘.. 끝? 바늘을 잡고 있는 손과 바늘이 옷감을 통과해서 다시 밑에서 위로 집어 올리려면 그 바늘을 막아내야 하는 골무 낀 손가락? 무엇을 말하는 건지~
책장을 넘기니 우주 이야기가 나온다.
안 그래도 '탄소나노튜브'로 나도 전문가~라는 교육활동을 한 학생들이 발표했던 우주 엘리베이터 이야기가 주된 배경인가 보구나. 맞다. SF~
하지만...
읽다 보니 몸의 한 부분 한 부분을 기계로 바꿀 수밖에 없었던... 뭔가 계속 억눌리고 짓눌리는 입장에서의 회사와 노동자 이야기가 아닌가...
바늘 끝.. 벼랑 끝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그런 높은 곳에 외롭게 올라 투쟁하고 쟁취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거늘...
이 책이 통째로 끝까지 이 이야기로 계속되었으면 너무 감정이 가라앉아 책을 모두 읽어내기 힘들었을 듯했다.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들이 덜한 건 아닌 듯...
'안나푸르나', '할머니의 귀환', '단지',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 '창백한 눈송이들', '너의 손을 잡고서' 모두 하나같이...속상한 이야기들인 것은...
'안나푸르나'에서의 '참 교육'이란 단어의 사용...
내가 있는 곳과 무대가 겹쳐서인지 가장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한 단어, 한 문장으로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짧은 질문에 역시 짧게 대답할 수 없는 사람들 상황들 사건들 입장들... 그때와 다른 또 다른 힘듦이 생겨버린... 그래도 그 옛날로 돌아가서는 안될 듯 한 이야기...
그리고 제주도가 무대인 '할머니의 귀환'과 '단지'에서 다룬 강정마을과 4.3 이야기... '뭍 놈'들이라..
외부인들이 제주 사람들에게 가한 많은 상처들... 장소만 옮겨 전쟁의 상처를 이야기한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 이야기...
그리고 '창백한 눈송이들'은 소수자 이야기, '너의 손을 잡고서'는 광주 이야기...
띄어쓰기 맞춤법 검사기에서 적다 보니 벌써 900자가 넘는다.
이렇게 많구나.
할 이야기가... 쓸 이야기가... 남겨 전해야 할 이야기가...
제주에서 광주.. 탑과 동굴..
장소가 어디든...
사람이 누구든....
어쩜 이렇게 못되고 못된 일들이 나쁘고 나쁜 일들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상처를 냈을까~ 싶다.
잊지 말라고 그렇게 전하는 노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장소만 바뀌고 사람만 바뀌어 비슷하다 못해 똑같은 일들이 되풀이되어 상처에 상처를 내 곪게 만들어내는지...
뜬금없지만 예능 프로에서 우리나라에서 오래 거주했던 외국인들의 대화가 갑자기 기억난다.
예전 버스나 지하철에서 앞에 사람 가방을 들어주던 한국인의 '정'이 사라진 것 같은 요즘이라고...
사람의 '정'이 사상과 이론과 가치관보다 우선하면 안 되었던 걸까?...
문득 내 옆, 주위 사람들을 내 교실에 아이들을 한번 부드럽게 쳐다보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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