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오가니즘=생명 시스템
인간은 생명 시스템의 네트워크다. 이렇게 요즘 잘 쓰는 단어로 묶어보니, 인간이 꽤 뭔가 있어 보인다. 모든 생물은 흔히 존재하는 30여 가지 원소로 이뤄져 있다. 인간도 여기에 속하니, 뭔가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물질이 복합하게 결합하며 시스템을 이루는 과정에서 짜-잔하고 생명이 나타난다. 생명 탄생의 신비는 바로 여기. 모르면 신비롭고 알면, 간단한 이치. 이 책은 인간게놈 이야기와 세포의 노화도 다룬다. 알츠하이머는 무엇이고, 그 발병원인 등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지은이의 촌철살인 순수과학, 응용과학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과학과 응용이 있을 뿐이다. 얼마나 명쾌한가...
21세기 생물학은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다
인간 게놈프로젝트, 인간이라는 숲의 정밀지도 완성, 이 책은 인류의 기원을 밝히고 미래를 만드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가 생물학이라고 한다.
이 책은 세포와 호흡, DNA, 미생물, 생태계라는 주제로 각각의 장을 설정해 5장 체제로 구성하여 살아있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이른바 이 또한 원리라 한다. 그리고 쓸모 있는 생물학 개념을 각 장 끝에 달아두고 있는데, 오히려 이 개념이 훨씬 흥미롭다.
생명 시스템의 시간을 되돌려라
생명시스템의 시간을 되돌려라는, 죽은 세포, 노화된 세포, 망가진 세포를 대신해서 새세포, 튼튼한 세포로 되돌림을 뜻한다. 세포는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최소단위. 17세기 중엽에 등장한다. 영국의 로버트 훅은 그가 만든 현미경으로 얇은 코르크 조작을 관찰하면서 벌집처럼 작은 빈칸이 붙어있는 모양을 보고 ‘세포’라 이름 붙였다.
포유류 복제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뉘는데, 후자는 조직의 항상성(항상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으로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여 상처를 아물게 하는 등 개체의 정상 기능 유지를 돕는다. 전자는 모든 유형의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황우석 신드롬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연구가 전자다.
2005년 미국에서 배아줄기세포에도 난자처럼 세포 시계를 되돌리는 능력이 있음을 발견, 2006년에는 일본 교토대학 야마나카 신야(노벨상으로 받는다)가 생쥐의 피부세포에 조절유전자를 넣어 배아줄기 세포와 같은 분화 능력을 갖추게 하는 데 성공, 임상에서 말하는 줄기세포 치료란, 줄기세포를 인공배양해서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킨 다음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렇듯 저렇듯, 인간의 난자에서 얻은 핵을 치환해서 배아줄기 세포로 만드는다는 것 자체가 꺼림직하다는 느낌을 아직까지 지우지 못한 터라... 윤리적으로 지탄받을 위험이 덜 한 쪽으로 연구가 진행될 수 밖에... 이 또한 흐름이니...
숨쉬기, 다이어트의 묘약
지방을 잘 태우는 다이어트약 ‘DNP’, 간단히 말해서 열량 소모량이 많아진다. 아주 기형적으로 그러면 따라붙는 게 부작용, 심장이상, 체온상승, 탈수 등. 그렇다면 다이어트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 부지런히 움직여서 근육량을 늘리라고 근육량이 많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도 열량을 소모한다. 지방을 태운다는 말이다. 인간은 참으로 멍청한 동물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건강한 다이어트요. 많이 먹고 안 움직이면 죽어가는 것인데,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움직이기 싫다고 안 움직이면 뭔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그래서 인간일까? 아무튼 그렇다. 타고난 몸매, 이유는 간단, 살이 잘 빠지는 사람에게는 갈색 지방세포가 활발하게 활동하기에 그렇다고, 사람의 몸 안 지방의 대부분은 백색지방세포로 연료저장고 역할을. 그런데 갈색 지방세포의 주요 기능은 연료를 태우는 것이다.
세포의 노화, 막을 수 있을까?
노화는 자연의 오류가 아니라, 탄생에서 죽음까지 생활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살아가는 전략이라 볼 수 있다. 동물이 성장하고 번식하며 살아낸 전 과정이 늙어가는 모습과 방식에 함축되어 있으므로 더 흥미롭다. 비교적 최근에야 야생에서 나타나는 노화에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과학자들에게 노화는 상상력과 탐구심을 자극하는 무궁무진한 신세계이기도 하다. 이에 관해서는 최재천 교수가 추천했던 책 스티븐 어스태드의<동물들처럼>(월북, 2022)에서 소개하는 200살까지 장수하는 거북, 70살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닷새 앨버트로스, 이처럼 동물 중에는 노화가 느린 개체들도 있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세포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메커니즘이 있다. 과학자들은 세포손상을 복구하는 유전자 스위치가 켜져 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세균 노화 연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위와 같은 맥락이다.
인간도 잘만하면 150살까지는 너끈히. 그런데 건강수명 150살이어야 하지 않을까?, 기대수명이 200살, 건강수명이 151살이라면 150살까지 살아도 좋겠다. 사족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럼 연금은 노후생활 보장은. 이런 문제가 또 걸린다. 하여, 적당하게 살다가 적당한 때, 그저 잠자듯 갔으면 하는 바람, 죽음은 참으로 공평하다. 귀천도 부귀, 빈천도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진시황이 불사의 영약을 구하지 위해 사방팔방으로 사람을 보냈듯, 현대 과학도 사방팔방으로 인간이란 생물의 난치질환 정복을 위해 노력하는데...
이 책은 생물학과 관련된 이슈들 우리 일상생활에서 따로따로 놀았던 것들을 한데 묶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생물학이 어려운 게 아니라, 우리가 생물이라는 듯이.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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