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 블로그, 카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SNS 채널은 물론 카톡이나 이메일 등을 디지털 기반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과 소통해야 할 일이 많아진 만큼 말도 좀 더 센스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는데, 마침 말센스에 대해 잘 짚은 책이 새로 나왔다.
<어른의 말센스>는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말하기의 센스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소개한 책이다. 나이가 들어도 철딱서니 없어 보이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투가 어떤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데도 말이다. 이 책을 읽어 보면 그동안 무심코 내뱉었던 말들을 어떻게 가려서 하면 좋을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p.31
중요한 것은 말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확실히 움직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상대가 '이거 안 되겠는데, 이 사람하고는 말이 안 통하네'라고 생각했더라도, 결국 내 생각대로 움직여준다면 그 커뮤니케이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p.41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전달받았느냐입니다. 그 부분을 상대방에게 확인하면서 쌍방향 관계 속에서 이야기를 진행해야 합니다.
저자는 성숙한 말센스를 익히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세대, 나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고민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상대방에 대한 고려는 별로 하지 않고 말하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반대로 지나치게 상대방을 생각해서 할 말 못 하고 쭈뼛대다가 정작 중요한 얘기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있진 않은가?
이 책에는 다양한 직업과 나이대의 사람들일 보내온 사연들로 말센스를 어떻게 구사하면 좋을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고민 상담에 대한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보내는 답변이 아닌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메시지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언급된 고민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이 책에 소개된 답변들을 통해 센스 있게 말하는 법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p.73
상대가 질문을 하면 매뉴얼 설명은 우선 접어두고, 최선을 다해 그 질문에 대답해 보세요. '내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면 신뢰가 자라납니다. 꼭 매뉴얼을 완벽하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보다 상대에게 내 매력과 능력을 어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p.131
추켜세우지 말 것. 알랑거리지 말 것. 지금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점을 구체적으로 마음을 담아 칭찬할 것. 이런 태도가 필요합니다. 너무 칭찬하지 않는 것도 소중한 칭찬의 방법임을 가슴에 담아두세요.
이 책은 직장 내에서 팀원들과 소통이 어렵거나 발표 슬라이드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거나 고객과의 미팅에서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하는 사람들 등 말을 좀 더 센스 있게 하고자 하는 누구나 참고해 보면 좋을 내용들이 담겨 있다. 따라서 자기와 비슷한 사연이라고 생각되는 글을 관심 잇게 살펴보시기 바란다.
또한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들을 따라가다 보면 평소에 고민하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한 팁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본인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기본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54가지의 행동 요령을 몸에 익혀 활용해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이 그림처럼 지금까지 살면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이자에 이자가 붙어 마성의 무한 루프에 갇히는 신묘한 경험을 해보셨다면, 당신이 남자일 확률은 적어도 51%이고 유부남이거나 애인 있는 미혼남이라면 95%에 이른다는데 오백 원을 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혼했든 안 했든 남자이기만 하면 해당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이거, 파전에 막걸리 석 잔으로 축하해드려야 하나? 아니, 차라리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지구에서 살지만, 금성에서 온 세 여자와 화성(주의. 경기도 화성 아님)에서 온 남자인 내가 바로 그렇다고.
이 책의 제목이 <어른의 말센스>라 해서 어떻게 해야 눈치껏 어른스럽게 혹은 어른답게 말하는지를 논한다 생각하고 선택한다면 솔직히 만류하고 싶다. 본래 제목 <Sense of Words>가 뜻하는 바는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 출신 저자가 사업상 또는 업무상 오가는 대화를 우선 논하기 때문이다. 주로 광고업계의 비즈니스 환경에 어울리는 화법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열여덟 개의 상황별 소주제마다 세 개씩의 모범답안을 제시하며 일과 관계가 좋아지는 54가지 말투를 지향하고 있다. 저자가 일본인이므로 한국의 독자들이 일방통행이 다반사고 한 번 막히면 평생 고생이라는 매우 한국다운 상황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러나 업무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일은 사람이 움직여야 돌아갈 테니 사람을 움직여 일이 되게 만드는 것은 말이다. 1960년대가 지나기 전에 달 정복의 목표를 제시했던 케네디의 사례처럼, 말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결국, 사람을 부리는 자는 사람을 움직이는 말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 만나는 교차점에 서면 상대를 이길 방법도, 대립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도 찾을 수 있습니다. 상대를 깊이 이해하면 배려 넘치는 어른스러운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수년 전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회사와 직장인들을 소재로 한 <미생> 같은 드라마를 보자. 입사할 당시 회사를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처럼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하던 신입사원이 선배들의 가시 돋친 말에 상처받고 이내 회사를 벗어날 궁리만 하게 되지 않던가. 물론 드라마이니까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제 상황에 더 얹고 빼기를 했을 테지만, 극 중 악역을 맡은 부장의 독설처럼 실제 그런 형편없는 체력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던 옛날 상사의 비아냥은 20년도 더 지난 오늘날에도 기억이 생생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수가 되어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받는 것도 말이고, 내일은 모르겠고 오늘만 살고 죽을 듯 사람 피를 말리는 것도 말이며, 세상 누구보다 격려하고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칭찬 역시 말이다.
악플 세례를 받았을 때도, 암 진단을 받았을 때도 ‘그게 무슨 큰일인가’라고 외치며, 내 마음을 산산조각 내려는 힘을 저지했습니다. 말로 타인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로 자신을 멈춰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세 치 혀로 자기 명을 재촉했던 역사 속 수 많은 인물의 사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무심코 던진 말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남에게 상처를 주고 나 역시 상처를 돌려받는다. 그래서 이 책은 상처 주지 않고 미움받지 않는 말투를 지향하고 있다. 어른스러운 말투에는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이해와 포용이 얼마나 쉽잖은 일인가는 옛 성현과 현자들, 종교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조언 속에 빠지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반대로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이의 말 한마디에 목숨까지 바치는 예도 있다. 말의 힘은 이토록 막강하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대화의 결론을 책임지는 ‘결정하는 리더’가 되는 법을 말한다. 아울러 무서워하거나 겁먹지 않는 ‘담력’, 지식과 경험에 기반한 ‘식견’ 그리고 말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위엄’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통설은 대체로 사실이며 말은 이러한 자질을 드러내는 강력한 도구인 셈이다. 아직도 말이 어눌하다고 마음 한쪽에서 뻗어온 마수에 발목 붙잡히지 말고(나, 떨고 있니?), 스타워즈의 제다이처럼 “May the Force be with you”를 외치며 어른답게 말하는 법을 실천해 봐야겠다. (2023-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