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부가 나왔다. 1부를 워낙 재미있게 읽어서 빨리 나오길 학수고대 했는데 역시 읽다보니 '심리학' 관점에서의 삼국지의 이야기는 또 다른 매력인 듯 보인다. 무엇보다도 '조조'의 시선에서 삼국지를 바라보니 그동안 '유비'의 시선안에 갇혀 삼국지의 이면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 진짜 재미있고 유익하다. 삼국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강추드립니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부에서는 조조가 원소의 하북을 평정하고 난 후의 삼국지를 다루고 있다. 유비는 천재모사 '제갈량'을 얻어 형주를 얻고 세를 확장하는 과정에 있고 '오'는 손권을 중심으로 확고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 삼국지에서 제일 유명한 전쟁이라고 한다면 바로 '적벽대전'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 전쟁을 바라보는 조조의 심리가 참으로 새롭다. 책은 조조의 죽음으로 끝이 나는데, 조조는 왜 직접 황제가 되지 않고 아들 조비에게 그 일을 넘겼을까? 그 심리적 상태를 엿볼 수 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영'적인 부분은 똑같은 것 같다.
조조는 왜 미신이라고 불리는 것에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지는 지금의 대한민국 대통령과 영부인이 '천공스승'이라는 사람에게 끌려다니는지를 보면 조금은 그 심리상태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불가 1년 전만해도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천공'의 말을 어찌 따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약2천년들의 상황이 지금에도 적용된다는 것에 참으로 오묘한 시대공감을 느꼈다.
이러한 조조의 심리는 '착각상관', '자기위주편향', '인지부조화', '호혜의원리' 등 다양한 심리적 상태로 삼국지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삼국지를 그냥 읽다보면 아니 대체 왜 이 장수가 죽어야 하지? 또는 어떻게 관우는 조조를 그냥 보내줄 수가 있는거지? 이런 의문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를 현대적 심리상태의 정의로 그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어서 삼국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 "지금 죽어야 하나? 아니면 살려둘까?" 고민하는 조조의 심리적 갈등 상태가 많이 언급되는데, 이게 바로 앞서 말한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삼국지 장수들의 행동에 이유를 설명해주는 서두가 된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를 읽으면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장수들의 무용담들이 나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어졌다. 찾아보니 KOEI 삼국지 시리즈가 14탄 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빨리가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들었던 나의 상상력은 이런 게임도 종국에는 심리적 상태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서 다양한 심리적 상태가 게임에 영향을 줘서 그때그때마다 상황이 다르게 전개가 되는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 상상을 하게 됐다. 기술의 발전이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긴다.
역시, 삼국지는 재미있다. 또 읽고 싶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이 책의 결론은 "조조는 강한 심리면역력을 타고 난 사람이었다."이다.
1권에 이은 2권 역시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와 주변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언급했던 '호혜의 원리', '초두효과', '꼬리표 붙여주기', '투명도 착각'등의 개념도 간간이 나오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개념들 또한 너무 현실적이고 실제 생활 가운데 활용가능성이 높아 밑줄을 치고 노트에 메모를 하며 정리하며 읽게 되었다. 특별히 자주 보게 되는 개념을 몇 가지 정리하자면
착각상관: 두 가지(상황)를 묶어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다.
고대 전투에서는 깃대가 바람에 부러지면 적이 기습한다는 속설이 있었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정확하지도 않고 다만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상황일지라도 그것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사물을 서로 연관 지어 생각함으로써 심리적 안심을 찾는 것이다. 조조의 경우 전투에 대비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경우가 있지만, 어찌 보면 이러한 심리적 덫으로 인해 적에게 당하고 심지어 목숨을 읽을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노출 호혜의 효과: 먼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상대방이 '부채의식'을 느끼
도록 만들어 이어질 부탁을 수월하게 하려는 것.
여기서 '부채의식'이란 보답해야 할 것만 같은 상황을
말한다.
적벽에서 조조를 속이고자 고육계를 쓴 황개와 이를 알아차리고 실제 조조에게 넘어가 세작을 자처한 감택의 모습. 그리고 동오로 돌아온 감택이 조조의 세작으로 활동하는 채 씨 형제 스스로 본모습을 드러내도록 부채의식을 자극하고자 감녕과 함께 연극을 꾸미는 사례 등 사건의 중요한 상황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역으로 생각하면 보은은 복수를 위한 최고의 수단이며 상대에게 어려울 때 주는 도움과 힘은 자신의 발판이 되고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권은 삼국으로 자리잡아 가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관도전투'와 '적벽대전'에서 펼쳐지는 고도의 심리전을 각각 한 장씩 할애하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특히 삼국지란 타이틀을 가지고 나온 몇 편의 영화와 각종 드라마에서 묘사한 인물과 장면을 떠올리면서 읽다 보니 더 흥미를 가지고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관도전투'의 본질은 조직을 관리하고 사람을 지휘하는 두 지도자의 능력차이에 있다"는 문구에 크게 공감했다. "원소는 '땅'을 근거로 삼으려 했고 조조는 '인재'를 앞세웠다"라고 하는데 오늘날에도 현재 그의 수중에 쥐어져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는 열린 눈을 가져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적벽대전'에서 손권·유비 연합군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장간의 공이 가장 컸다고 평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리석게도 두 번이나 주유의 그물에 걸렸고, 이것이 결정적인 승패의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세상은 조조를 난세의 간웅이라고 평가하지만 그도 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조조는 완벽한 사람도 아니었고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멍청한 짓을 범하기도 했다. 즉 보통사람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무언가는 아니었다. 다만 그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도 같은 위치와 상황에 놓인다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심리학의 각도에서 삼국지의 개성 뚜렷한 인물 열전 시리즈를 재해석하고, 자신의 모습을 찾아 자기마음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삼국지'를 현대 심리학의 관점으로 읽고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들은 대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나 ‘습착치’가 쓴 《한진춘추》를 저본으로 하여 국내 중견작가들에 의해 써진 소설 『삼국지』를 통해 서기 2~3세기 중국의 후한 말 군웅이 할거(割據)하는 난세의 사건들과 인물들을 읽으며 처세의 양상들을 접하곤 한다. 그런데 특히 이들은 소위 ‘촉한정통론(蜀漢正統論)’이라는 한제국의 국가 계승의 정통성을 유비의 촉(蜀)에 부여, 옹호하는 서술들이다.
반면에 ‘진수’가 쓴 《삼국지(三國志)》는 조조의 ‘위(魏)정통론’을 내세운다. 국가 계승의 정통에 대한 문제는 어느 나라의 역사이던 민감한 사안이지만,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잡설, 야사, 정사가 온통 뒤섞여 사실로서의 역사보다는 거대한 흐름, 지속되는 시간 속에서 명멸하는 인간과 사건의 양태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던 조조에 대한 사적(史的) 곡해가 배어있는 이야기들에 우리들이 노출되어 있었다는 얘기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들이 알고 있는 『삼국지』가 조조를 맹목적으로 간웅(奸雄)이나 폭력적 위정자로만 서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황건적을 소탕하는 공신이라거나 동탁, 원술, 여포를 멸하는 등, 한(漢) 황실을 위한 신하로서의 행위는 사라지고 오직 권력욕에만 눈이 먼 존재로 이해하는 것은 공평한 시선이 아니라는 주장들에 공감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면 일종의 심리설사(心理說史)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한 인간으로서, 거대한 군사조직의 리더로서 조조라는 인간에 대한 공정한 탐사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적 시간의 진행에 따른 사건을 중심으로 조조와 그 주변 인물들의 관계, 사건 전개에 미치는 결정에 관여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며 왜 실패하고 승리하게 되었는지, 또한 거대 조직의 핵심 구성원들인 모사(참모진)들과 장수(군장)들의 등용과 물리침에 작용하는 상호성과 그에 작동하는 심리적 현상들을 친근한 대중적 언어의 사용으로 다시 삼국지를 읽는 듯한 재미에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은 동명의 저작 1권에 이은 2권으로 전략적 요충지인 형주의 유표를 조조 자신의 진영으로 투항할 것을 설득하기 위한 사자(使者)의 파견 이야기로 시작한다. 조조의 모사 중 한명인 공융은 친구 ‘예명’을 언행이 거칠지만 명석하다며 천거한다. 조조는 예명을 불러와서는 자리를 제안하지 않고 그대로 세워두고 하문한다. 그런데 자기중심적 인간인 예명은 조조가 자신을 예우하지 않았음에 이미 속이 뒤틀려버린다.
자신을 공맹(孔孟)에 비유하며 조조를 비롯한 주변의 신하를 낮추어 자신을 높이며 무례와 방자한 언어를 지껄인다. 오늘날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로 불리는 전형적 인물이다.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중심이 되고 받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 조조는 즉시 처형할 수 있었지만 유표의 사자로 보낸다. 즉 유표의 손을 빌어 제거하며, 유표의 진의를 파악하는 수단으로서, 유표 또한 완전히 멍청한 인간이 아니니 휘하의 장군 황조에게 보내고 역시 무례와 오만방자를 떨어내다 참살되고 만다. “칼날 같은 혀가 스스로를 죽게 만들었구나.” 조조가 한 말이다.
이 한 토막의 이야기에 인간의 심리 분석이 있고, 외교적 지략이 있으며, 인간관계의 진실이 있다. 자신을 높이는 것은 곧 자기 파멸을 재촉하는 것임을 모르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마는 자신을 아는 것은 사실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기도 한 것이다. 자기 성찰을 망각한 인간들이 오늘 우리들의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서기 2세기 전후에는 자기반성이란 이처럼 죽음을 재촉하는 중대한 인간 조건이었음이다.
한나라 황실을 능멸하며 포악함과 권력욕에 미쳐 날뛰던 동탁과 여포를 멸하며 신하로 자임하던 조조가 유비가 차지하고 있던 서주를 탈취하며 점차 위세를 갖추게 되자, 동탁의 전횡을 모방하듯, 아니 그를 뛰어넘기라도 하듯 그 포악성이 극에 달하기 시작한다. 한황실의 국구인 동승이 자신의 태의인 길평과 모의하여 조조 자신을 독살하려던 모반이 동승의 노비로부터 밀고되어 야기되는 무참한 참살의 사건이다.
동승이 첩인 운영과 노비 진경동이 서로 희롱하는 것을 발견하자 진경동을 매질로 처벌하고, 이에 앙심을 먹고 고해바친 것이다. 이로인해 천자의 아이를 임신한 후궁인 동귀비를 척살함은 물론 그 일족 천여 명을 참수하고 이윽고 천자 헌제마저 살해하려 하는데 이른다. 천자를 등에 업고 천하를 호령할지라도 신하인 것을, 즉 초심을 상실하고 권력놀이에 심취한 조조를 그의 제일 모사인 순욱이 원소를 제거하기 전에는 천자를 죽이지 말 것을 설득하여 겨우 천자만은 살리는 사건이다.
이것은 그 유명한 1971년 미국 ‘스탠퍼드大의 감옥실험’이 보여준 그것이다. 교도관과 죄수로 나뉜 학생들이 자신들의 역할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교도관 역할의 학생들이 잔혹함과 폭력의 화신인 악마로 변모하는 가의 생생한 입증이다. 세련된 이성으로 포장되어있지만 주어진 역할에 동화되어 인간이 동물적 야만성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세계의 실상이라는 것이다. 욕망의 걸림돌이 되는 것에 무조건 혹독한 괴롭힘과 살해욕구가 제약없이 방출된다.
조조의 권력 욕망이 바로 이것에 명명된 '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의 전형성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많은 리더들은 이러한 충동을 잘 이해하고 스스로 억제하여 주의를 기울인다. 위 사건은 이미 무수한 인명을 살상한 후 마지막에 현명한 순욱에 의해 제어되기는 하였지만 우리는 오늘 이 사회의 권력으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통제되지 못한 권력의 욕망, 반대자는 무조건 절멸의 대상으로 보는 지금의 한국 정권이 돌아보아야 할 교훈일 것이다.
이처럼 책이 펼쳐놓는 중국의 후한 말엽의 난세에 벌어지는 사건들과, 위정자와 수하들의 언행을 통해 주요한 인간적 심리들의 분석과 현실 속의 우리들 자신을 성찰케 하는 저자의 맵시는 읽는 즐거움을 점증시킨다. 천하통일를 향해 나아가는 조조의 역사적 행보를 축적하는 전쟁과 인재 등용, 배신과 모반 등, 의(義)와 관련한 사건들 속에 살아있는 이야기를 모두 열거하고 싶을 만큼 각각의 장면들이 날카로운 삶의 교훈들을 발설하고 있다.
시대적 혼란의 정점을 찍게 되는 조조의 100만 대군이 손권의 동오(東吳)와 벌인 적벽대전은 빼 놓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심리적, 전략적, 역사적 교훈들로 가득하다. 여기에는 자기편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편을 수호하기위해 왜곡된 이념을 강화하는 '집단극화(Group Poarization)'의 어리석음이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상대의 의견처럼 교묘히 바꾸어놓는 심리적 화술, 칭찬이 가져다주는 놀라운 자기편향적 믿음의 실상 등 인간의 자기기만들의 이야기가 빼곡하다.
별 볼일 없는 모사 장간의 어리석음, 사실 역사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동오의 주유와 옛 친구라는 점을 내세워 주유의 투항을 설득하는 사자로 나가는 것이다. 이 자의 속셈을 주유는 이미 간파하고 노래한다. “곡유오 주랑고(曲有誤 周郞顧)”, 틀린 음이 있으면 주랑은 바로 알아챈다네...라며 주유는 장간의 속을 꿰뚫으며 오히려 역 계책을 쓴다. 조조의 수군 훈련을 책임지는 채모와 장윤을 제거하기 위해 가짜밀서를 숨겨두고 술에 취해 잠드는 것이다. 장간은 주유가 잠들자 발견한 가짜밀서를 들고 조조에게 이들을 고발한다. 사자로서 본명을 완수하지 못하자 지푸라기를 잡은 것인데. 이는 강 위에서 벌여야 하는 전투의 핵심 장수를 잃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화공(火攻)을 위해 벌이는 기만전술을 위해 방통(봉추)이 조조를 현혹하는 연환계의 장면은 아마 역사에서 영원히 소환될 설득의 화술, 인간의 본성을 완벽하게 이용한 최고의 전술일 것이다. ‘적벽대전’은 조조가 압도적 군사를 지니고서도 대패함으로써 유비의 촉, 손권의 오라는 삼국 정립의 토대가 되는 전환적 사건이다. 퇴각하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관우를 마주한 조조가 대가없이 그를 놓아주었던 보상으로서 도주할 수 있게 되는 것 등, 인간이 삶에서 쌓아야 할 미덕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인간 세계의 거의 모든 양상들이 녹아있는 사례라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오늘의 표현으로 IQ(지능)는 엄청 높았지만 EQ(감성, 공감능력)는 그야말로 형편없었던 인물 양수의 이야기로 맺어야겠다. 조조의 심중을 가장 먼저 꿰뚫어 볼 정도로 조조의 글과 말의 의미를 빠르게 해독하는 능력의 인물이다. 전투에서 승산이 없어 진군도 퇴각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조조는 내심 퇴각을 결심하지만 퇴각의 명분이 없어 고심하다 장수 하후돈에게 밤의 암호로 계륵(鷄肋)을 내린다. 하후돈이 양수에게 계륵을 알려주자 그는 짐을 싸기 시작한다. 양수는 조조의 내심을 알아차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먹자니 맛이 없고 버리자니 아쉽다.’는 이 말을 조조가 철수를 결심 한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여기서 끝났으면 탈이 없었겠지만 양수의 판단이 항상 옳았음을 아는 장수와 병사들이 모두 짐을 싸기 시작한 것이다.
조조는 이 상황을 밤 순찰에서 발견하게 되고, 주군의 명령없이 철군을 준비하게 된 원인에 양수의 세치 혀가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똑똑함에 우쭐거리며 시시콜콜 떠들어대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말에 권위가 생겼다는 것이다. 가장 높은 권력을 능가하는 권위. 자신의 앎에 대한 자긍심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 앎의 무례함, 분별없음이다. 어떤 부분에 조금 아는 것을 전문가라 부르지만 세상의 앎 속에서 그 앎이란 것은 얼마나 작은 것인가. 온갖 미디어에 나와 지껄여대는 통속들이 판치는 작금의 현상이 양수의 행태와 교차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물론 양수는 참수되었다.
이 독특한 장르의 책, 심리설사(心理說史), 즉 심리학을 통해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분석 성찰하는 이 책은 우리네 인간의 언행에 깃든 이야기들이 촉발하는 사태들을 통해 각기 예리한 인생 교훈들을 들려준다. 인간의 심리적 패턴이나 행동 양식은 사실 2000년 전의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다. 오만이나 탁월한 지능, 불굴의 의지, 심지어 착각의 상관성 까지도 그 자체가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상황, 환경, 관계의 지혜일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다시금 예전에 읽었던 삼국지의 기억을 상기하며 모처럼 잊혀졌던 생의 기술과 지혜가 주는 감동을 만끽하는 시간이 되어 준다. 또한 조조라는 한 인간의 성격적 결함, 환경과 그가 지닐 수밖에 없었던 심리적 제약 등을 발견하는 인간 탐사의 매혹적 읽기이기도 할 것 이다. 어쩌면 삼국지라는 잘 알려진 서사의 인물들을 통한 심리적 해석이어서 더욱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뭐니 뭐니 해도 일단 재미있는 책이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권의 부제는 ‘진실이 때론 거짓보다 위험하다’이다. 5부 조조 불굴의 투지 효과, 6부 조조의 상호작용 원칙, 7부 조조 경쟁과 도전의 기술, 8부 조조 판단의 기술로 이루어졌다. 자신이 불리한 정보에는 물을 타라, 나를 떠나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어라, 때로는 적이 내게 구명조끼를 던져 준다, 북극성은 모든 별의 기준이다, 어리석은 물고기는 그물에 두 번 걸린다, 문제점을 찾는 것은 돌다리를 두드리는 것과 같다, 경계하지 않은 믿는 도끼가 발등을 찍는다, 동맹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성벽이다, 스스로 계륵이 되지 말라, 생의 유한성에 도전장을 내밀지 말라 등 흥미로운 챕터들이 많다.
자신이 불리한 정보에는 물을 타라라는 챕터를 보자.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잘못을 시인한 적이 없었던 조조는 장수가 투항하자 큰 은혜를 입은 셈이 되자 호혜의 원리에 입각하여 지난날의 잘못을 더욱 부끄럽게 생각하며 결국 죄책감에 사과를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그릇이 큰 사람이 큰일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돈이 담기는 그릇이 아니라 열정과 의지, 도전의식과 진취적 사고가 담기는 그릇이다. 이 그릇은 본인이 직접 크게 빚을 수 있다. 문제는 주저하는 데 있다.
‘심리적 내성이 강한 사람은 거짓 정보에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챕터를 보자.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심리학으로 들여다 보기라는 설명을 통해 심리의 백신을 잘 이용하면 인맥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대인관계에서 자기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불안과 갈등을 부르지 말고 인내와 포용으로 사람들을 보듬어야 한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 하는 사람은 무리에서 도태된다라고 말한다. 너무 멀리 가다 보면 원래의 목적지를 잊어버린다고 한다. 앞만 보고 달리지 말라. 빨리만 달리려고 하지 말라. 한 없이 달린 뒤 이 길이 아니었음을 안다면 좌절하게 된다. 삶이 채근하고 재촉하더라도 발밑을 다지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자. 반드시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적이라고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또한 적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 나를 자극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적이다. 적이 있기에 오늘 내가 행동한다. 경쟁심리가 없는 사람의 내면에는 나태와 태만이 똬리를 틀고 있을 뿐이다. 남자가 남자를 상대할 가장 좋은 무기는 검이고 여자가 남자를 상대할 가장 좋은 무기는 미모다. 여기서 미모는 외모가 아니라 지혜, 그리고 자신만의 개성이다. 겉모습에 치중하지 말고 자기만의 매력을 상승시켜라. 그러면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를 소유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문제를 찾았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아야 한다. 지적질만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벗어날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그를 몰아넣은 꼴이다. 함께 고민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때로 진실은 거짓말보다 위험하다. 분명 진실을 옳다. 그리고 바르다. 그리고 그 가치 또한 크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감춰야 할 필요가 있다. 진실만이 정의를 실현한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거짓으로 일관하라는 말을 아니니 오해하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동맹이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성에서 함께 노는 것과 같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연대했기에 이익에 반하는 지점이 나오면 등을 돌린다. 상대가 먼저일지 자신이 먼저일지 모른다. 그러므로 오늘의 동맹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다.
잘못된 곳에 재능을 사용하면 계륵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나 행동으로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로 인해 인정받지 못하고 신뢰는 물 건너간다. 자신이 추진하는 일에서 정도를 지키고 명분을 세워라. 누구든 당신을 탐할 것이다. 편집인 리신타오는 명나라의 대학자 이지가 ’분서(焚書)‘에서 한 말을 인용한다. 남의 술잔을 들어 나의 근심을 없앤다라는 말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라고 한다. 부디 이 책에서 많은 배움과 지혜를 없기를 바란다라고 말한다.
지난 1편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후속편도 바로 읽었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편.
책의 저자는 삼국지의 일화를 통하여 심리학의 교훈을 제시한다.
『어리석은 자는 타인을 낮추고 자신을 높인다』
자화자찬은 자신을 포장하는 가장 졸렬한 방법 (24쪽) 이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기 보다는 상대의 장점을 칭찬하라고 한다. 상대를 격려하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냄으로써 당신이 빛난다.
『심리적 내성이 강한 사람은 거짓 정보에 흔들리지 않는다』 32쪽
삼국지에는 온갖 책략들이 나오고 거기엔 가짜 정보도 적지 않았다.
정보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더욱 거짓 정보들이 흘러 넘치고 있다. 정보들을 멀리 하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심리적인 내성을 강하게 만들어야 정보를 분별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를 떠나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어라』 76쪽
인간관계를 맺고 살다 보면 나와 각별했던 사람이 매정하게 떠나는 일을 겪게 된다.
이 때 “네가 그럴 줄 몰랐다”면서 돌아서는 그의 뒤통수에 욕이라도 해야 할까
저자는 그러지 말고 호의를 베풀 수 있다면 그럴 것을 권한다.
관우가 조조를 떠났는데 떠나는 관우에게 조조는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호의를 베풀었다.
강압으로 마음을 끌어당길 수 없다.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면 자유를 줘라.
선택권을 넘기고 그의 선택을 인정하라. (82쪽)
『때로는 적이 내게 구명조끼를 던져준다』 85쪽
이 책에서는 계속 적, 동맹 이런 대립적 개념이 중시된다.
그게 처음에는 좀 불편했는데, 삼국지에 워낙 숱한 전투가 나오고,
무리들이 뭉쳤다가 분열했다가를 반복기에 점차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이 말을 수긍할 수 있었다.
‘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또한 적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 (91쪽)
적이 전혀 없다면 그건, 무엇을 위해서도 싸우고 있지 않다는 말일 테니까.
그렇다면 ‘좋은 적’을 만나는 것도 필요한 일이 된다.
나를 자극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적이다. 적이 있기에 오늘 내가 행동한다. (91쪽)
『비관적 사고는 자기 의지를 갉아 먹는다』 (106쪽)
채모와 유표, 유비의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는 비관적 사고의 해악을 찾았다.
그래서 이렇게 단언한다. “우리는 역경 때문에 죽는 게 아니다. 우리를 죽이는 것은 절망이다.”
어려움은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닥친다. 그때 난관을 이겨낼 방법을 고민하고, 뺘져나갈 문을 찾는 이가 희망적인 사람들이다. (113쪽)
자기 우월감이 아닌 자기 존재감에 대해서도 저자는 분명하게 의미를 찾고 있다. 요즘 말로 하면 자존감 쯤이 되겠다.
자기 존재의 확신을 갖는 것은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적인 사고방식이란 것.
“자기의 활동 범위와 생각의 범주 안에서 세계가 돌아간다. 그 안에서는 당신이 주인공이다.” (128쪽)
한 공동체나 집단이 흔들릴 때 외부에 ‘공공의 적’이 있는 것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삼국지를 통해 제시한다.
『외부의 적은 내부의 결속을 더욱 단단하게 할 수 있다.』 (134쪽)
물론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 도움이 아니라, 리더의 지도력이 발휘될 때 적용될 수 있다.
조조와 주변 인물들의 흥망성쇠를 통해서 작가는 리더쉽, 동지들의 결속을 강화하는 법을 찾아 나간다.
승승장구 할 때 일수록 지도자는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아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문제점에 직시해야 한다.” (136쪽)
마지막 8부에서는 조조의 판단과 결정들을 통해서 심리학의 지혜를 찾았다.
자신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남을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님을
조조와 유비의 사건을 통해 말한다.
책의 제목이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이듯이 저자는 조조의 장점과 더불어 약점도 빠트리지 않았다.
서로 존중하지 않는 관계는 경쟁관계의 적보다 못하다.
예의를 갖춰 상대를 존중하라. (240쪽)
《사소한 몸짓에 결정적 단서가 숨어 있다》 241쪽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는 역경이 있다. 그런데 정의의 길에는 늘 돕는 사람이 있다고 작가는 적었다. 그렇기에 힘들지라도 불의가 아니라 정의의 길을 가라고 독려한다.
바른 길을 정직하게 걸어갈 때 당신과 함께 걸어줄 동행자가 반드시 있다.
정의로운 사람은 정의로운 사람을 알아볼 테니 말이다. (248쪽)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조조의 최후까지를 그리면서
저자는 삼국지 인물 열전을 마친다.
단적으로 압축하면
관우는 자기 우월감이 강한 사람이었고, 조조는 의심이 많았으며,
주유는 질투하는 인물이었다.
제갈량은 지략이 뛰어났고 유비는 야심만만했으며, 장비는 다혈질이었고,
노숙은 충성스러웠다.
방대한 삼국지의 인물들은 독자의 관점, 취향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이 책이 삼국지 애독자와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은 이유는,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등장인물들을 다각도로, 깊이 있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어떤 지점은 동의할 수 없을지 모르고, 나도 납득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고전이자 베스트셀러인 삼국지를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것도 무척 유용하게 느껴졌다.
무진장하게 스포를 당했지만(웃음) 얼마간 시간이 흐른후에 원작을 한번 찾아볼까 한다.
한번쯤 읽어볼 만한 심리학 대중서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