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번 살펴보고 싶은 주제의 책이어서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알고 싶지만 외면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 그리고 식품 산업에 대한 현실을 짚어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하니 관심이 생겼지만, 그 어두운 면을 짚어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주저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 책은 『총,균, 쇠』와 『문명의 붕괴』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추천사가 담겨 있어서 주목하게 되었다.
"사람은 먹는 것으로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모든 것은 음식과 관련이 있다. 음식은 우리의 생존, 건강, 복지, 땅, 법, 에너지 공급, 물, 그리고 거의 모든 것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우리의 사고를 일깨우는 마크 비트먼의 책은 우리의 음식 시스템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 한 입 한 입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눈뜨게 할 것이다."
_재레드 다이아몬드
인간은 먹어야 사는 존재인데, 어떤 음식을 먹고 사느냐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음식은 진화의 원동력이었고,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니, 시대에 따른 그 변화를 이 책을 읽으며 인식해본다.
이 책 『동물, 채소, 정크푸드』를 읽으며, 음식 시스템과 농업의 현 상황,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마크 비트먼. 1978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1997년 《뉴욕 타임스》에서 주간 칼럼 '미니멀리스트'를 쓰기 시작했고 이후 13년 동안 이 칼럼을 썼다. 2008년 비트먼은 '이 주의 리뷰'를 쓰면서 이 책에 자세히 나와 있는 많은 주제를 수많은 미국인에게 소개했다. 그는 "고기의 대량 소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일컬어지며, 수많은 미국인에게 육류의 과잉 생산과 과소비, 만성 질환, 지구 온난화 사이의 관련성을 알려주었다. 『음식은 중요하다』와 『VB6: 오후 6시 이전에 비건식을 먹어 체중을 줄이고 건강을 회복하자…영원히』가 나오게 되었다. 두 권 모두 《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2007년 테드에서 강연했고, 2005년부터 2016년까지 UC 버클리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컬럼비아 대학교 공공보건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날개 작가 소개 전문)
『동물, 채소, 정크푸드』는 내가 저술한 책들 중 가장 진지한 책이고, 나에게는 이러한 책을 쓸 나만의 고유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 채소, 정크푸드』는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야심작이며, 내가 꼭 써야만 했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음식에 대한, 그리고 음식과 관련이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변화시키기를 희망한다. (18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경작의 탄생', 2부 '20세기', 3부 '변화'로 나뉜다. 1부 '경작의 탄생'에는 1장 '음식-두뇌 피드백 고리', 2장 '토양과 문명', 3장 '농업의 세계사', 4장 '기근의 발생', 5장 '미국식 농법', 2부 '20세기'에는 6장 '농장과 공장', 7장 '더스트볼과 불황', 8장 '음식과 브랜드', 9장 '비타민 열풍과 '농장 문제'', 10장 '콩, 닭고기, 콜레스테롤', 11장 '정크푸드 강요', 12장 '녹색 혁명이라는 것', 3부 '변화'에는 13장 '저항', 14장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15장 '앞으로 나아갈 길'이 담겨 있다. 결론 '우리는 모두 먹는 존재다'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는 경작부터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음식의 역사를 촘촘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저자는 고대 식품 채취부터 맥도날드의 성장까지 분석했다. 그런데 저자가 짚어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즉 현대로 올수록 음식에 대한 것은 대기업이 이윤을 내는 수단으로 변화해간다는 것이다. 점점 작물의 다양성은 단일 작물로 통일되고, 그 결과 사회적불평등은 물론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황폐화시켰다는 것이다.
농업이 성공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땅에 바라는 것도 많아진 것이다. 땅에 바라는 것이 많아지면서 토질이 약화되었고 생산성도 감소했다. 20세기가 될 때까지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재발견하거나, 로더밀크가 '자멸적 농업'이라 칭했던 관행에 안주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51쪽)
우리가 먹는 음식은 돈과 교환해서 사오는 것이지만, 그 식재료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부분을 이 책을 읽으며 적나라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 것이다.
음식은 역사를 만들고 토양은 음식을 만든다. 산업형 농업이 발전하면서 토양이 더 많이 필요해졌다. 이는 그 어느 때보다 비료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무역에서, 그리고 점점 커지는 현금 기반 경제에서 농업의 성공이 작물의 질로 측정되는 경우는 드물며 토양의 질로 측정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생산량과 규모는 지속 가능성과 장기적인 계획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다. 농업의 성공 비결은 주어진 양의 토지에 대한 수확량을 늘리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 땅에 피해를 입히더라도 말이다. (113쪽)
이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저자의 이야기가 일리가 있어서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현대의 농업은 예전과 비교하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예전에는 먹고사는 문제였다면 지금은 돈벌이 하는 수단으로 변화한 것이다.
정크 푸드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정크푸드는 사람들에게 영양분이 없는 음식을 오랜 기간 동안 너무 많이 먹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계절과 무관하게 거의 끊임없이 음식을 제공해준다. 전 세계 인구 각각에게 약 2,800칼로리에 해당하는 양을 생산해주며, 이는 2040년의 예상 인구 100억 명에게도 충분한 양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따른 건강의 심각한 문제들도 통계적으로 보여주니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건강에 좋은 식단을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정크푸드에 길들여진다.
그리고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대략 알면서도 외면해왔다면 이 책에서 각종 자료나 통계로 짚어주는 문제에 주목해 보아도 좋겠다. 물론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지난 10년 동안 생겨난 새로운 일자리의 10% 미만만이 전통적인 상근직이다. 식품 산업에서 이러한 일자리는 고속 도로에서 외롭게 여섯 개 주를 가로질러 제품을 운반하거나, 붐비는 식료품 통로에 냉동식품을 쌓거나, 드라이브스루가 붐비는 동안 헤드셋으로 들리는 시끄러운 주문을 받거나, 하루에 수백 잔의 커피를 준비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붐비는 도시를 뚫고 자전거로 식사와 식료품을 배달하거나, 학교 급식 라인이나 교도소 식당에서 식판을 채우거나, 반복동작증후군이나 뜻하지 않은 절단 사고 같은 부상을 당할 위험을 무릅쓴 채 섭씨 7도 도축장에서 정신없는 속도로 일하거나, 이 모든 일을 하는 동안 화장실에 갈 시간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기저귀를 차고 있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식품 노동자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374~375쪽)
그의 이야기에 점점 설득되며 현재의 심각함을 인식한다. 그러는 데에는 저자의 필력이 설득력 있게 다가와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못 보고 있는지,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이상하기 그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너선 새프런 포어는 언젠가 다음과 같은 글을 내게 보내준 적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이 산업은 잔인함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평아리 수억 마리를 분쇄하는 일은 달걀 산업의 안타까운 부산물이다. 합법이다. 매년 6,500만 마리의 송아지와 새끼 돼지가 거세되고, 보통은 마취제도 쓰지 않는다. 합법이다. 수의사의 치료 없이 아픈 동물을 죽게 내버려두는 일, 돌아설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우리에 동물을 가둬놓는 일, 살아 있는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일, 모두 합법이다. (무엇이 불법일까? 애완견을 발로 차는 행동이다.) 이따금씩 범법자들이 예외적인 방식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이 퍼지면 사람들은 실제 현실은 보지 못한 채 이 모습만을 한탄한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시하는 일상의 관행도 이 영상 속 모습만큼이나 끔찍한 것이다. (364~365쪽)
이 책에는 함께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눌러 담겨 있으니, 일반인은 물론 음식 시스템 관련 정책 입안자 등 이 책을 계기로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고 각성할 필요가 있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