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푸른 별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김승미의 <무중력의 사랑>을 읽고
"지금까지 살아낸 것을 축하해"
"김승미가 슬프고 푸른 별에 사는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스무살 K야. 지금까지 살아낸 것을 나는 축하한다.
살아내자. 그리고 행복하자. 너의 유일한 편은 너 자신.
너를 지켜주는 것은 너 자신일테니 말이야.
p. 27 <지금까지 살아낸 것을 축하해>
만약 지금 그녀가 살아있다면 나 또한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고, 그동안 힘든 고통과 슬픔 다 이겨내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우리 곁에 없다. '슬프고 푸른 별에 사는'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그녀는 그녀가 원하던 '무중력의 세계'로 영원한 여행을 떠났다. 그녀의 바램대로 '무중력의 세계" 를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어서 지금쯤 무엇에도 속하지도 않고, 자유롭게 둥실둥실 날아서 우주 공간을 여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선택한 일인 '기자'라는 직업, 3년 6개월의 시간이 걸려 도전하고 갈망해왔던 직업, 그러나 그 '기자'라는 일과 그 세계가 그녀를 옥죄는 올가미가 될 줄은 그녀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차라리 그녀가 기자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면, 그녀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그녀가 우리 곁에 아직 있을까.
비록 그녀가 지금 우리 곁에 없지만,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여행을 떠났지만, 그녀가 슬프고 푸른 별에 사는 우리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그녀가 2011년 2월 8일부터 2015년 6월 30일까지 약 4년 3개월의 시간 동안 <미디어스> 와 블로그, SNS 등에 글을 남겨 놓았다. 그리고 그 글들이 모여 그녀의 마지막 유고 산문집 『무중력의 사랑』으로 세상에 나왔다. 20대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을 응원해주기 위해 그녀는 다정한 언니처럼, '인생을 이렇게 살면 좋겠구나' 하고 친절하고 애정어린 조언을 해준다. 그들은 20대 자신처럼 힘들어하지 않도록, 그들은 그녀처럼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도록 걱정하고 염려하는 그녀의 마음이 잘 드러나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녀의 인생 경험 속에서, 그녀의 깊은 사유 속에서 나온 다듬고 정제된 글이라서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 글 하나하나가 마음 속에 콕콕 박히고, 그녀의 진심이 느껴져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그래도 힘들고 고통스런 삶 속에서 그녀가 숨 쉴 수 있는 산소가 되어준 게 있다면 그녀가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일 것이다. 어쩌면 일기 속 공간이 그녀가 그토록 바래왔던 그녀만의 공간이자 무중력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 공간은 무엇에도 속하지 않은,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온전히 그녀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일 것이다. 그녀가 서른 살에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신과 약속한 7가지 일들 중에서 독서기록과 일기 쓰기를 포함시켰고, 아마 그녀 인생에서 그녀가 애정을 들인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힘들 때, 그녀가 목표를 잃고 방황할 때, 그녀가 세상의 풍파에 맞서 쓰러질 때, 책과 일기는 그녀가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자 안식처였다. 그래서 그녀는 30대인 언니가 20대인 청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일기를 써라' 라는 것이다. 그 일기 덕분에, 그녀가 떠나고 없는 지금, 우리가 그녀의 일기를 읽으며 다시금 그녀를 추억하며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희대의 쌍년이자 미친년도 일기를 쓴다.
지금 겪는 괴로움, 치욕, 수치 다 적자. 그건 증거가 되니까.
그리고 고발하자. 싸워서 이길 수 있을 자신이 생길 때에.
그러니까 일기를 쓰자. 일기를 증거이자 자산이자 너의 무기다.
세상과 부조리에 싸워서 이길 수 있는
p. 44. <미친년도 일기를 쓴다>
그녀는 '김승미 기자', '김 기자'라는 호칭보다 '김승미' '여행자' 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녀가 <미디어스>에 올린 칼럼에도 그녀는 '여행자 昇微'라는 필명을 사용해서 글을 기고했었다.
사진 출처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047
어디든 마음대로,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있는 여행자처럼 그녀는 그렇게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의 영혼을 자유롭게 놓아주지 못했다. 어린 시절 가난이라는 장애물과 싸우고, 20대에는 취업의 문을 통과하냐고 몇 번이나 시험에서 떨어지고 3년 6개월 동안 백조 상태에 있었다. 어린 시절 가난은 계속 그녀를 따라다녀 아르바이트를 3개를 해야 겨우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고시원에 틀어박혀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처지가 다 그렇겠지만, 그녀 또한 외롭고 힘들었다. 연인과 헤어지고, 가족들의 따뜻한 응원도 받을 수 없었던 그녀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해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기자' 가 되었는데, 사회는 그녀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 편인가' 하고 말이다.
그러니 괜찮다. 누구의 편이라는 질문에 빨리 답을 찾아 낸 친구들도 다 이 괴로운 나날을 겪는다. 언젠가, 그러니 나 는 조금 일찍, 길게 겪는다고 해서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다 만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 고통을 먹어버리자. 먹어버리면 철학이 생길 테니. 자신만의 답을 찾을 테니. 떨어져도 괜찮아, 괜찮아. 누구의 편이냐고 묻는 누군가들의 질문에 상처받지 말자.
-p.51, <나의 사춘기에게> 중에서
책 읽고 글 쓰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 그녀,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이 '기자'라고 생각해서 그녀는 드디어 기자가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기자는 책 읽고 글 쓰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맞서기에는 세상은 너무나 가혹하고 무서운 곳이었다. 4년 3개월의 기자 생활 동안, 그녀가 얻은 것은 망가진 몸과 마음이었다. 끊임없이 위경련이 일어나 속이 뒤집히고,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책 속 그녀의 글을 통해 '참 많이 힘들었구나.' '그녀가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아프고 힘들어했던 그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왜 사는가. 왜 살아야 하나. 왜 써야 하나. 그리고 왜 지금 이순간 나는 행복하지 않은가. 그녀의 고통에 찬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어느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자기 자신에게 열심히 살고 싶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어했던 그녀였는데, 결국 그녀는 무중력의 세계로 떠났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녀 '김승미'에 대해 알지 못했다. 34세의 짧은 생을 끝내고 영원한 여행을 떠나야만했던 그녀의 마음을 비로소 그녀의 글을 통해 느껴보았다. 그래서 그녀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져서 계속 읽을 수가 없었다. 자꾸자꾸 읽다가 멈추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그녀의 글을 읽는다고 얼마나 그녀가 아파하고 힘들어했는지 그녀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모두 다 알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 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래도 그녀보다 인생을 먼저 산 인생 언니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자신의 실패기를 보고 누군가는 조금 덜 넘어지기를, 조금만 다치기를 바랬던, 그녀의 글들이 슬프고 푸른 별에 사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기를 바랬던 그녀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진 책이었다. 그래서 아마 그녀의 글들이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이유일 것이다.
여행자 昇微님!
이제는 더이상 슬픔과 고통이 없길 바랍니다.
이제는 당신이 그토록 바랬던 무중력의 세계를 유영하면서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
2016년 1월 17일 아침,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지 않은 채 비로소 긴 여행을 떠났다. 자신에게 엄격했지만 끝내 타인에 대한 연민을 놓지 않았다.
책 속 문장과 마지막 칼럼 속 사진을 이용해서 글그램으로 구성해보았습니다.
사진 출처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047
#이 글은 동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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