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표현 사전 2주차 리뷰.
"분명히 그런 뜻은 안 배웠는데 저게 이렇게 해석된다고?"
한창 일명 '미드 공부법', 미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면서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한국의 교육열은 언제나 과열돼 있었다. 나는 스스로 이것저것 공부법을 도전하는 학생이어서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여느 때처럼 유행하고 효과 좋다는 공부법을 도전했는데 얼마 안 가 난관에 봉착했다. 첫 번째는 자막 있이 볼 때와 없이 볼 때 영어가 들리는 정도가 다른 것이다.
두 번째가 당시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는데 바로 들려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표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t a loose end'라는 표현이 있는데 나는 이걸 직역해서 느린 결말 정도로 해석했다. 그 상황에서 이런 의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자막을 키고 보니 이 말이 할 일이 없는, 한가한, 빈둥거리는 의 뜻으로 쓰이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뭐지? 내가 배운 영어가 잘못됐나? 하고 몇 년간 배운 영어의 정체성을 의심하던 찰나 이것이 바로 영어의 숙어고 표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에게 <걸어 다니는 표현 사전>이 왔다.
표현 사전은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과 쌍둥이 처럼 생겼다. 단색 배경 색깔 표지에 영어 단어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구성도 비슷하다. <걸어 다나는 어원 사전>이 독자들 사이에서 재미있기로 소문이 나서 그렇지 않을까 예상하며 얼마나 재밌을지 설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내가 쓰고 싶은 표현이 생긴다.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표현을 하나 소개한다.
'filthy rich'라는 표현인데 아마 말하면 처음 듣는 사람이 많을 표현이다.
이 표현을 예로 든 이유는 최근 들은 Mia Rodriguez의 'Billion Dollar Bitch'에 이 표현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돈만큼 문제가 되는 것이 있을까. '빚투'라는 말이 생기고 '개미투자자', '벼락거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쓰고 싶어할 표현이다. But my love is filthy rich 라는 가사가 도입부에 등장하는데 우리의 사랑도 그렇지 않을까. 사랑이 경제적 기반 위에 더 견고할 수 있는 것처럼.
이렇게 속속들이 읽은 표현이 나오거나 어디서 본 표현이 나오면 표현 사전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영미문학과 영어 컨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이 책과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도!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