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안나 카레니나』를 처음 읽었던 때는 청소년기 때다. 작품성보다는 '연애 소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격정의 사랑을 그린 이 책이 당연히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특히 작가가 러시아(구 소련) 작가라는 점도 묘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독자가 청소년 때는 소련 해체 전이라 우리로서는 적성 국가였고 그들의 정치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마저 국내 유입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통제를 통해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다만 이 소설은 소련이 들어서기 전 제정 러시아 시절의 이야기이고 당시 러시아의 정치 및 사회가 왕과 귀족 중심의 체제였고, 국민은 도탄에 빠진 상태여서 인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소련 공산주의가 들어서기 좋은 토양이었다.
더욱이 이 소설은 당시의 러시아 사회의 모순과 부패 등을 정확하게 담고 있어 연애소설이라기보다는 리얼리즘에 입각한 현실 타파의 사상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소설에서 직접적인 언급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문학적 한계선에 정확히 닿아 있다고 봐야 한다. 제정 러시아의 부패 정치와 귀족들의 향락의 재정을 담당한 국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표현함으로써 반정부, 반왕정, 반귀족의 민주주의 사상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독자도 청소년기 때는 러시아(소련)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신문이나 TV에 나오는 소식이라고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공산주의에 대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차단된 상태였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 상태였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러시아는 공산주의 종주국이며 6.25때 남침을 묵인하고 북한에 무기를 원조해준, 우리로서는 적성국가였고 원수의 나라라는 사실만 학교에서 배웠을 뿐이다. 이 책 『안나 카레니나』는 대문호의 작품이라는 것과 정치적 이념이 없는 단순 문학적 성과만 높이 평가돼 우리나라에서도 자유롭게 번역 출판됐으리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도스도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하면 3대 대문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인간 삶'에 맞춰져 있어 도스토옙스키와 대조되는 듯하다.
아무튼 그때는 톨스토이는 사회적 신분에서 작품 평가가 조금 절하되었다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다. 도스도옙스키와 달리 백작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귀족 계급으로서 이룬 러시아 문학의 최고봉 중의 한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격정적인 연애소설이 가능했던 것도 그가 귀족 출신의 작가라는 점이 한몫 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해본다. 그러나 이 소설이 안나 카레니나와 그 남편 카레닌, 안나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 브론스키의 이야기만이 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면 『안나 카레니나』는 격정적인 연애소설로서만 한 자리를 선점하였을 것이다. 연애소설 자체가 주는 매력과 불안과 괴로움, 질투, 증오, 광기의 감정들이 가져오는 인간적 고뇌, 심리적 통찰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의 사랑에 대비되는 레빈과 키티의 사랑 이야기를 엮어 놓음으로써 독자들이 더욱 극명하게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고찰하도록 만든다. 레빈과 키티가 인연을 맺기까지, 안나와 브론스크가 인연을 맺기까지 그들 모두의 인연의 고리가 얽혀 있음도 소설의 긴장감과 상처를 극대화시키며 한 단계 높은 진지한 성찰을 하도록 이끈다. "안나 카레니나의 당신의 나내로 살 수 있는 곳으로 '떠나자'는 말에는 인간의 도덕과 시선이란 것이 얼마나 넘어서기 힘든 현실인가를 분명히 담고 있다. 그녀 또한 순진하게 행복을 그려 보는 듯하지만 결국 이곳,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소망임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세상 모두로부터 버림받더라도, 자신이 가진 전부를 내던지더라도 당신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격정. 가슴 안에 생의 불꽃을 구원과도 같이 달고 있던 사람이 절대적으로 느껴지는 대상을 만났을 때 할 수밖에 없는 선택. 마음속에 폭발하기 직전처럼 부풀어 오른 열망을 간직하던 사랑이 그 촉매제를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도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고 진실되게 전부를 걸고 만다."(「에필로그」 중에서)
『안나 카레니나』가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자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는 이유는 치명적인 사랑이야기가 주는 흡입력은 물론 제도와 가족의 문제, 19세기 러시아 귀족계급의 생활, 계급 간 갈등과 인간의 도덕적 모순, 농업 경영 문제, 전쟁을 배경으로 한 박애주의 등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발전시킨 뛰어난 작가적 역량에 있다. 일찍이 토마스 만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고 한 점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라고 격찬하였으며, 실로 이 소설은 그 찬사에 어긋남이 없는 걸작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또 하나의 장점은 전지적 시점임에도 내면의 독백을 통해 인물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또한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전통 계승자답게 탁월한 사실성, 사람의 내면을 다루는 심리적 통찰, 역사적 특징을 포착하는 능력에 감탄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소설은 격정적 사랑에 대한 열망 못지않게 삶에 대한 허무주의와 싸우는 등장인물(레빈으로 대표되는)의 이야기가 심도 있게 진행된다. 이는 톨스토이 자신이 젊은 시절 거부하지 못하고 즐겼던 쾌락적 유희와 뒤따라오는 허무함, 자괴감, 무의미함을 뼈저리게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처절히 괴로워하며 힘들어한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귀족 출신의 지식인으로서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직접 개선하지 못하는 자책감과 이렇게 살아서는 '인간도 나라'도 안 된다는 뼈저린 반성의 성찰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무상함, 정서적 불안정함과 여기에서 오는 정신적 위기는 톨스토이 자신이 고작 9살이던 때에 부모를 잃은 경험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톨스토이 자신이 추구하던 이상적 자아와 실제 모습 간의 격차, 자신의 부부 사이도 『안나 카레리나』에 그려 놓은 레빈과 키티처럼 이상적이길 바랐으나 실제로는 그러하지 못했던 현실, 문학을 포기하고 종교에 깊이 빠질 정도로 힘겹게 겪었던 삶의 위기 등이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소설의 진정성을 더한다.
마음속에 폭발하기 직전의 열망을 간직하던 사람이 그 촉매제를 만났을 때, 그것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 촉매제와 그로 인해 생성된 세상이 자기 세계의 전부인 듯 여겨지며, 자기 일생을 구원하여 신세계를 열어 줄 유일무이한 기적으로 여겨진다. 그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만큼 열망하기 때문에, 세상의 규범에 기반한 시선이 올바르게 느껴지지 않고 세상의 시선 따위는 두렵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 모두에게 까발려진 인간의 도덕에 반하는 사건 뒤에 남겨지는 것은 한 인간의 성장이 아니라 파멸로의 귀결이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더구나 불안정한 안나의 위치로 인해 사랑의 균형은 깨어지고 마는 것이다.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위태로운 현실, 이어 오는 혼돈, 세상에 퍼지는 은밀한 소문들,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안나가 느끼는 압박감. 안나가 보이는 불안한 모습들은 그녀의 아름다움과 거부하기 힘든 매력에도 불구하고 브론스키를 점점 멀어지게 만든다. 그녀가 한 남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이 멀어지면서 느끼는 모욕감에도 불구하고 그가 떠날까 봐 두려움에 급급하게 만드는 것이다.
‘안나는 그가 자기를 무거운 짐으로 아는 것도 자유를 버리고 자기한테 돌아오기가 서운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으나, 아무튼 그가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그리고 그(사랑)에게 이끌려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순간에도 ‘안나는 제정신이 들어 자기의 결심을 깨뜨린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일을 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기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는 본문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느님, 제 모든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신을 부르짖으면서도 자신의 갈망을 이겨 내지 못하고 만다.
일반적인 자유라는 것의 매력을 맛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갈구할 대상을 만났을 때, 이 세상의 그 무엇도 그들을 말릴 수는 없는 것이다. 톨스토이 자신이 도덕적 규범에서 벗어난 쾌락을 추구했고 그 유희를 탐하고 난 이후 몰려오는 자괴감으로 괴로워했다. 더불어 작가적 명성에 뒤따라오는 막대한 부의 소유로 인한 괴로움, 사회적 지위에서 오는 사람들의 관심과 개인 사이에서 느끼는 모순 등 자신의 이상과 현실의 격차 때문에도 힘들어했고, 세상에서 그를 위선자로 바라보는 시선과 가족의 요구 사이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로 인해 톨스토이는 중년 이후 삶의 깊은 위기를 겪게 된다. 말년에 이르러서도 청빈함과 금욕을 추구하면서도 안락한 생활을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견디기 힘들어했고, 자신의 이상적 모습에 실제의 자신을 도달하게 하고자 저작권을 포기하려는 결심까지 한다. 이는 가족 간 불화를 절정으로 치닫게 만드는 도화선이 된다. 풍부한 감수성을 갖는 톨스토이가 포용하는 감정적 영역이 컸던 만큼이나,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이성으로 인해 일상을 심각히 괴롭힐 정도의 자기반성을 요구했던 것이다. 청렴한 삶을 추구하고자 한 톨스토이의 의지는 그를 신과의 합일을 지향하는 결과로 이끈다.
톨스토이의 오랜 고뇌가 반영된 『안나 카레니나』에는 오랫동안 소망하던 것의 완전한 실현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행복하다고는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의 면면이 잘 드러나 있다. 그들은 결국 그 실물을 움켜쥐지만 대개의 경우 그 만족스런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왜 그러는 것인지는 본문의 다음 내용이 잘 말해 준다. ‘그는 곧 그러한 욕망의 실현은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행복의 커다란 산에 비하면 불과 한 알의 모래알을 얻은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행복이 욕망의 실현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범하는 예의 과오를 범하고 또 깨달은 것이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의 부제로 '복수는 내가 하리라. 내 이를 보복하리'라고 썼다. "이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세상의 어떤 만남은 아름다운 사랑과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어떤 만남들은 상처를 낳고 분노와 증오를 낳고 보복을 낳고 파국을 맞는다. 톨스토이가 그와 같은 성경 구절을 부제로 인용한 이유는 인간사에 어쩌지 못하게 벌어지는 그 일들을 재단하고 비난하는 것은 인간의 자격 바깥에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 터이다. 또한 『안나 카레니나』가 단순한 애정 소설이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이 된 것은 사랑으로 인하여 변모하는 인간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제도와 도덕, 인간의 모순되는 부분까지 뛰어난 통찰력을 작품 안아 녹여낸 데 있다."(「에필로그」 중에서)
저자 : 레프 톨스토이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이자 사상가.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로 손꼽힌다. 1828년 9월 9일, 러시아 남부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톨스토이 백작 집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과 아홉 살 때 각각 모친과 부친을 여의고, 이후 고모를 후견인으로 성장했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교육을 받았고, 16세가 되던 1844년에 까잔 대학교 동양어대학 아랍·터키어과에 입학하였으나 사교계를 출입하며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 곧 자퇴해 1847년 고향으로 돌아갔다. 진보적인 지주로서 새로운 농업 경영과 농노 계몽을 위해 일하려 했으나 실패로 끝나고 이후 3년간 방탕하게 생활했다. 1851년 맏형이 있는 카프카스에서 군인으로 복무했다.
1852년 문학지 [동시대인]에 처녀작인 자전소설 중편 「유년 시절」를 발표하여 투르게네프로부터 문학성을 인정받기도 하였다. 1853년에는 『소년시절』을, 1856년에는 『청년시절』을 썼다. 1853년 크림전쟁이 발발하여 전쟁에 참여했다. 당시 전쟁 경험은 훗날 그의 비폭력주의에 영향을 끼쳤다. 크림 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세바스토폴 이야기』(1855~56)를 써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 이듬해 잡지 『소브레멘니크』에 익명으로 연재를 시작하면서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작품 집필과 함께 농업 경영에 힘을 쏟는 한편, 농민의 열악한 교육 상태에 관심을 갖게 되어 학교를 세우고 1861년 교육 잡지 [야스나야 폴랴나]를 간행했다. 1862년 결혼한 후 문학에 전념해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대작을 집필, 작가로서의 명성을 누렸다. 1859년에 고향인 야스나야 뽈랴나에 농민 학교를 세우는 등 농촌 계몽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으며 농민학교를 세웠다. 34세가 되던 1862년에 소피야 안드레예브나와 결혼하여 슬하에 모두 13명의 자녀를 두었다. 볼가 스텝 지역에 있는 영지를 경영하며 농민들을 위한 교육 사업을 계속해 나갔다. 1869년 5년에 걸쳐 집필한 대표작 『전쟁과 평화』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1873년에는 『안나 카레니나』의 집필을 시작해 1877년에 완성했으며, 1880년대는 톨스토이가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던 시기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크로이체르 소나타』『이반 일리이치의 죽음』 등의 작품이 쓰인 시기도 바로 이때이다.
귀족의 아들이었으나 왜곡된 사상과 이질적인 현실에 회의를 느껴 실천하는 지식인의 삶을 추구했다. 그는 고귀한 인생 성찰을 통해 러시아 문학과 정치, 종교관에 놀라운 영향을 끼쳤고, 인간 내면과 삶의 참 진리를 담은 수많은 걸작을 남겨 지금까지도 러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대문호로 존경받고 있다. 인간과 진리를 사랑했던 대문호 톨스토이. 그는 세계 문학의 역사를 바꾼 걸작들을 남긴 소설가이자 인도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사상에까지 영향을 준 ‘무소유, 무저항’의 철학을 남긴 사상가였다. 톨스토이의 작품만이 지닌 문체와 서사적 힘은 지금 보아도 여전하다. 특히 소설 속 아름다운 풍경 묘사와 이야기의 서사성, 섬세한 인물 심리 묘사 등이 돋보이며, 오늘날까지도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로 인정받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기로 결심한 후 처음 만난 버전은 출판사 민음사에서 나온 총 3권의 안나 카레니나였다. 재미있는 전개에 푹 빠져서 읽었지만 2권을 끝내 마치지 못하고 오래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후 다시 안나 카네니나 읽기에 도전한 건 한 두껍지만 한 권으로 나온 스타북스의 안나 카레니나이다!
많은 책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여러 가지 이유로 오르내린 안나 카레리나 읽기 추천은 자연스럽게 나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이끌어 이 책을 결국 읽게 한 것 같다. 1877년 러시아에서 초판본이 나왔다는 안나카레니나…한국과 다른 러시아이시만 저 시기에 저런 내용의 소설이 나왔다는 것은 당시 엄청난 이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시작부터 안나 카레니나의 친오빠 가정의 불륜으로 시작하는, 그리고 안나는 그 불륜을 중재하는 역할이었는데!
1800년대 말 소설이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요즘 현대판 <사랑과 전쟁>에서 겪는 이야기의 집합체를 다 모아놓은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이전에 읽은 다른 고전들보다 더 재미있게 읽은 책이기도 한 듯 하다. 등장인물들이 조금씩은 다 연관되어 있지만, 레닌과 키티의 열정 넘치고 예쁜 사랑이야기와, 아주 대조적인 안나의 불륜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듯 한 번씩 나오기에 더 재미있었었던 같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결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차마 생각하지 못한 혹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한 명의 생애주기를 이 소설을 통해서 보며 다 경험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불륜이라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자연스럽거나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기에 이 소설의 결론도 그런 교훈을 주는 것일까 라고 생각해보게 한다. 다른 고전보다 양이 많아서 읽기가 부담스러울 줄 생각했지만 스타북스의 아주 두껍지 않은 한 권으로 나온 안나 카레리나는 뭔가 좀 더 양이 압축된 듯한 느낌은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왜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보라고 추천했는지에 대해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다른 고전들보다(많지 않지만 내가 읽은!) 흥미로운 사랑과 전쟁 이야기기에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참으로 이상적인 커플인 레닌과 키티의 이야기의 많은 장면도 여운이 남는다. 1800년대 말 러시아의 평민(농부) 생활, 귀족들의 사교계 생활도 많이 엿볼 수 있었던, 재미난 소설이었다. 지인들 중에 톨 스토이 소설은 종교적 색채가 짙어서 읽기가 부담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톨스토이의 소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 사이에서 이 책은 아주 파격적인 주제의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알만한 분들은 잘 아는 작품이다. 이 책은 너무 유명한 저자와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분위기, 러시아 사회의 문제 만이 아닌, 만연했던 심리적 요인, 정서적인 부분을 잘 표현한 책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 내면에 대한 묘사와 각자가 다른 입장을 추구하며 살면서도 어떤 것을 두려워 하며, 분명 잘못된 것에 대한 진단이나 비판보다는 이로 인해 미칠 또 다른 피해나 두려움으로 인해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스토리 전개 등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어떤 형태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보기에는 연애소설,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정사, 가족사, 혹은 결혼과 불륜이라는 형태를 통해 사람들은 어떤 것에 집착하거나 보여지는 행위에 신경을 쓰고 살아가는지, 이에 대해서도 함께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인 관념이나 규범이 강하게 존재해도, 어쩔 수 없이 펼쳐지는 인간의 본능과 쾌락, 욕망을 쫓는 행태에서 누구나 이런 고민과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만 전혀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발상 자체는 또 다른 의미에서 다소 충격적이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 덮는다고 무조건 가려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솔직함을 바탕으로 표현을 하기에는 또 다른 물의나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묘한 심리적 갈등과 현실적인 상황은 왜 저자가 높은 평가를 받고 대중들에게 공감을 받는지, 이에 대해서도 판단해 보게 된다.
누군가와의 열렬한 사랑이 어떤 위치나 현실에 있어서 가능하며, 왜 사람들은 자신의 치부를 숨기려고 했으며, 이를 바라보는 제 3자의 관점에서는 어떤 동질감이나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지, 지금도 사회문제로 충분히 떠오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진단이라 현실적으로 많은 공감을 얻게 될 작품이다. 권력을 가진 자, 부를 이룬 자라고 해서 도덕적, 윤리적 의식이 높은 것도 아니며 결국 우리 인간은 누구나 이런 내재된 욕망을 갖고 있고,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긴다면 또 다른 의미에서 자신이 바라는 가치를 위해 무모한 판단, 도전적인 결단을 내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 또한 들게 한다.
물론 사회적인 질서나 관념, 사람들의 정서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개념으로 책을 바라보며 공감할 수도 있지만 한 개인의 생각이나 지향점, 서로 다른 방향성을 추구할 때, 어떤 형태로 갈등적인 부분이 드러나며 이를 표현하면서도 또 다른 누군가들에게 공감을 얻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부분인지, <안나 카레니나> 를 통해 판단해 보게 된다. 책에서 표현되는 서정적인 부분과 감정에 대한 풍부한 묘사, 심리적 갈등이나 요인에 대한 예술적 접근을 통해 사회 전반에 대한 비판과 풍자, 그러나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독자들에게 일정한 공감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예술작품으로도 볼 수 있는 책이다. 가볍게 읽지만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해 받을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안나 카레니나는 무엇을 표현하며 의미하고 있는지 판단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