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잃은 충격은 젊은 나이에 큰 트라우마로 오래 남기 쉽습니다. 저도 이름이 XX철이라는 친한 친구가 20대 중반에 죽었더랬는데 그때 받은 엄청난 아픔, 상실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자분은 친구 H라는 분이 세상을 떠난 충격을 요가로 극복했다고 하는데, 이런 종류의 아픔을 극복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고 사람마다 다 다른 처방이 유효하겠으니 여러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요가에서는 특정 동작이 잘 안 될 때 느끼는 무력감, 자괴감이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그러나 꼭 요가를 해 본 사람이 아니라도,아마 이 비슷한 체험과 기억은 다들 갖고 있을 겁니다. 일이 잘 안되고 자꾸 내게 열패감을 떠올리게 하고, 생각만 해도 피로감과 짜증이 몰려올 때, 대뜸 우리가 선택하는 하나의 방법은 "회피, 도망"입니다.
"(요가) 매트 위에서의 태도가 삶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p25)."
사실 어떤 특정 과제가 삶 전체를 대표하는 건 아닙니다. 철봉을 잡고 턱걸이 5개를 못 해도 그것만으로 루저가 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내게 특별히 좌절감을 느끼게 한 무엇을, 어떤 계기를 통해 극복했을 때 그때 만나게 되는 성취감은 아마 인생 전체에 두루 통할 만한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건 어디서건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간혹 있습니다. 이 책 저자분도 회사에서의 경험을 털어놓는데 "숨을 어떻게 쉬는 거였더라?(p39)"라고 일부러 생각을 해야만 가능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실 어떤 스트레스는 내가 나인 줄을 잠시 잊게 하고, 어떤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정상인지(또는 내가 여태 익숙히 해 왔던 반응이 무엇인지)까지 까맣게 잊을 정도가 됩니다. 그 중 하나가 아마도 "숨 쉬는 방법이 잠시 생각 안 나는" 상황이겠죠.
이럴 때 저자의 친구분은 자신도 어느 스님에게서 배운 "교호호흡"을 가르쳐 줬다고 합니다. 양쪽 코를 번갈아 들이쉬고 내쉬는 방법인데 생각보다 어렵다고 하네요. 여튼 이런 반응이 생기는 이유는, 내가 분명히 스트레스를 받아 화가 났는데도 이것을 티 내지 않으려 애쓰거나, 내 자신에게 이 사실을 숨기려 하는 생각 때문인 듯합니다. 뭘 억지로 무시하거나 잊으려 드니 다른 것도 덩달아 잊힐 수밖에 없습니다(혹은, 정작 잊어야 할 건 안 잊혀지고 엉뚱한 게 잊히는 식).
"기가 빨리는 듯한 느낌"도 저자는 털어놓습니다. 즉 에너지를 쏟아야 할 작업 외에는 모두가, 신경 쓰는 것조차 싫어져서, 하다못해 "TV를 오래 보는 것도 기가 빨리는 듯해서" 일찍 끄고,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려고 생각하는 것도 시간 낭비인 듯해서 똑같은 것만 먹고... 그런데 똑같은 것만 먹는 건 정말 건강에도 위험할 듯합니다. 여튼 이 모든 괜한 집착, 강박이, 어느날 우연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야 할 상황 덕분에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확실히, 일에 너무 바쁜 사람들은, 때로는 멈추고 주위를 여유 있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매번 체중계에 올라가서 조바심치는 이들이 많습니다. 체중계에서 목표 체중 달성을 확인하고 뿌듯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아니 왜 이렇게 안 먹고 참는데도 숫자가 그대로지? 같은 좌절감, 분노에 시달리다 스트레스를 받아 더 먹습니다. 그러니 체중계는 다이어트를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해를 합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일지를 쓰라는 것입니다.
운동은 일단 그걸 하려면 뭘 먹어야 합니다. 먹지 않으면 기운이 없으니 운동을 시작할 수가 없죠. 반면 요가는 뭘 먹으면 동작이 힘들기 때문에 조금만 먹는 게 습관이 되고, 요가를 잘 마치면 만족감, 정서 평온 덕에 덜 먹게 된다고 합니다(p70). 이 요가와, 일지 쓰기가 병행이 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체계적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커피를 "제한"하면서 전보다 일찍 자게 되고, 간식도 줄이고, 힘이 덜 나니까 저질체력을 자인하게 되어 그 전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커피는 특히 한번 습관이 되면 쉽게 끊거나 "제한"하기가 힘든데 이렇게 하려면 담배 끊는 만큼이나 독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 저자분은 독해서 뭘 한순간에 끊고 이런 분이 아니라, 반대로 "자신을" 잘 달래고 설득하면서 하나하나 해 나가는 그런 스타일 같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독하질 못하니, 이 책에서 가르치는 바도 결국 그런 쪽이고 이런 마일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좀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학교 다닐 때도 잠자는 시간 확보하기가 힘들지만 졸업하고 취업하면 더합니다. 저자분이 20대 때 다녔던 회사처럼 대놓고 출퇴근 시간을 빡세게 관리하는 곳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도 일단 경쟁이 붙으니까 다들 잘 거 다 자고 일을 하지는 못하죠. 그래도 저자는 화장실에서 자다가 청소하는 아주머니한테 말까지 들었다(p96)고 하니 이런 예는 드물 것 같네요. 여튼 이제는 정반대로, 한때 저랬던 저자가, 잠 잘 자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아 최대한 꿀잠을 자고 컨디션을 관리한다고 합니다. 잘자는 것도 못자고 덜자는 것만큼 (처음에는) 힘들어서, 책에 나온 대로 따라하는 것도 여튼 예삿일은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책 맨앞에 잠시 언급된 H라는 분이 p120 이하에 다시 등장합니다. 또 다음에는 고양이 리온이도 강아지 공주도 죽었는데 이 역시 특히 여성분들에게는 참 극복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내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 이 말이 진심에서 흔쾌히 나올 수 있어야 상처도 극복이 되고 동시에 새로운 활력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딱히 일상에 불편이 없다는 이유로 나쁜 자세를 의식도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 역시 (알바생 시절) 무의식중에 짝다리를 짚다가 사장님한테 지적도 받았다(p130)고 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의도치 않게 지적 받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건강입니다. 이 역시 문제를 꼼꼼히 짚어 보고 기록을 일지처럼 쓰면서 어떤 문제가 얼마나 나아지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하네요.
배우 위노나 라이더(p162)는 얼굴도 예쁘고 당차고 자기주도적이며 반항아 같기도 하면서 이지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다 조금씩 갖춘 좋은 자원이었는데 결국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저리 끝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그녀가 나온 작품 중 <지상의 밤>을 거론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건, 훌륭하고 재능 있고 "그릇 크고" 멋진 이들을 보며 충분히 배우되, 이들과 비교하며 나 자신을 괴롭히거나 위축되지는 말자는 겁니다.
사실 간절히 원하던 무엇인가를 손에 넣고, 무엇인가가 되고, 이런 성취를 이뤄도 당시에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지만 그 "유효기간(p178)"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 성취감 하나로 무한정 기분이 좋아지진 않고 좀 시간이 지나면 심드렁해집니다. 저자는 앞서 말한 대로 직장에서 일을 통한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잠도 못 자고 노력했지만 나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 동료를 보는 순간 모든 게 허망해지더라고 말합니다. "감추지 않고 드러내야 성장할 수 있다(p192)." 무슨 뜻인고 하니, 내가 설령 내 분야에서 경쟁자보다 서투를 수 있어도, 진솔하게 차라리 서투른 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오히려 주변으로부터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긴 요즘 유튜브를 봐도 그냥 다 까고 솔직하게 가는 게 구독자가 더 늘어나는 방법이더군요.
인도에 다녀오는 여행자들이 요즘 무척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욕을 하고, 어떤 사람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다른 생각을 갖고 사는 걸 보고 새로운 각성을 얻습니다. 우리도 지금 열심히 가는 길이 아무리 나아가도 방법이 없고 같은 무력감이 되풀이된다 싶을 때, 때로는 정반대 방향을 주시하며 여유를 갖는 선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새삼 요가가 무척 끌리기도 하네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부터 친구가 같이 하자고 권하던데 아직도 못 해 보고 있어서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